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기존 카드 결제망 안에서 10만개 이상 가맹점에 도달했다. 소비자와 가맹점이 결제 수단의 내부 구조를 직접 알지 않아도, 결제 뒤편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더블록(The Block)은 파루크 말릭(Farooq Malik) 레인(Rain)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와이오밍 블록체인 심포지엄에서 레인이 처리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10만개 이상 가맹점에 닿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말릭은 해당 거래가 현재 비자(Visa) 결제망을 거치면 정산에 약 3일이 걸리지만,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정산하면 같은 날 입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인의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 안의 매매 수단을 넘어 결제 인프라로 쓰이는 흐름을 보여준다. 가맹점은 별도 단말기를 바꾸지 않아도 카드망을 통해 결제를 받을 수 있고, 이용자도 결제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직접 다룰 필요가 없다.
핵심은 앞단의 결제 경험보다 뒷단의 정산 방식이다. 카드 결제는 승인과 매입, 정산이 분리돼 있고 통상 여러 중개 주체를 거친다. 스테이블코인 정산은 이 과정에서 자금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최근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약 3003억 달러(약 419조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테더(USDT)는 1833억8400만 달러(약 256조원), 유에스디코인(USDC)은 717억6000만 달러(약 100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레인이 결제 인프라를 넓히는 배경에는 달러 연동 토큰의 유통 규모 확대가 있다. 유통량이 커질수록 결제 사업자는 카드, 지갑, 정산 서비스를 묶어 기업 고객에 제공할 여지가 커진다.
레인은 지난 1월 2억5000만 달러(약 349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회사 가치는 19억5000만 달러(약 2조7222억원)로 평가됐고, 누적 투자금은 3억3800만 달러(약 4720억원)를 넘었다.
레인은 당시 200개 이상 파트너에 스테이블코인 카드 프로그램과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환산 거래액은 30억 달러(약 4조1880억원)를 넘었다.
카드망과의 연결도 넓어졌다. 레인은 비자 주요 회원사로 카드 발급과 정산 인프라를 운영해 왔고, 5월에는 마스터카드(Mastercard) 주요 회원사가 됐다.
레인은 이를 통해 마스터카드가 수용되는 210개 이상 국가와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신용카드와 선불카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인이 지원한 결제가 10만 곳 이상 가맹점에 도달한 내용은 앞서 본지도 전한 바 있다.
AI 대리결제도 새 축으로 제시됐다. 레인은 에이전틱 페이먼츠 얼라이언스(Agentic Payments Alliance)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연합은 AI 에이전트 결제에 필요한 기준을 논의하는 구조로 소개됐다.
이 연합은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결제할 때 필요한 승인, 부정 사용 탐지, 신원 확인, 보상 처리 기준을 논의하는 구조다. 레인의 AI 결제연합 출범은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사람의 카드 사용을 넘어 자동화된 구매 환경으로 넓어지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말릭은 대리결제에서 '범위 카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에 결제 권한을 맡기되, 최소·최대 잔액과 1회 사용 한도 등을 정해 권한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는 AI가 실제 구매까지 수행할 때 생길 수 있는 책임과 통제 문제를 결제 인프라 단계에서 다루려는 시도다. 통상 자동 결제는 승인 주체와 사용 한도가 분명해야 분쟁 처리와 이상거래 탐지가 가능하다.
다만 레인의 모델이 한국 시장에 곧바로 적용될지는 별도 문제다. 국내 결제 시장은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비중이 크고,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규제와 정산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사례는 기존 카드망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정산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주는 해외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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