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비율 46.5%, 15년 만에 최고

| 이도현 기자

한국의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2분기 말 46.5%로 올라 2011년 2분기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도 달러로 바꾸지 않은 원화 대기자금이 단기외채 통계에 잡힌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서 2분기 말 단기외채가 1,985억 달러(약 277조원)로 전분기보다 150억 달러(약 21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전분기 말 43.3%에서 46.5%로 3.1%포인트 상승했다.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3.7%에서 24.4%로 높아졌다. 해당 비율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를 외환보유액 등 준비자산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외건전성 지표다.

비율이 오르면 대외 충격이나 급격한 자금 유출 때 외화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상승은 은행권 차입 확대라기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뒤 남은 원화예수금이 반영된 사례로 풀이된다.

문상윤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백브리핑에서 “과거 문제가 됐던 차입 증가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많이 팔고 전부 환전해 나가지 않은 채 일부를 원화예수금으로 남겨놓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문제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월 44조4,600억원, 6월 48조4,200억원, 7월 9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8월에도 20일까지 1조2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월간 기준 4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다만 순매수일 비중은 높아졌다. 외국인의 순매수일 비중은 5월 11.1%에서 6월 19.0%, 7월 45.5%로 오른 뒤 8월 20일까지 53.8%를 기록했다.

단기외채 통계에서 원화예수금은 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판 뒤 아직 환전하지 않고 원화로 보유한 자금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자금이 다시 국내 주식이나 다른 원화자산으로 들어가면 단기외채 비율 상승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 달러로 환전돼 해외로 송금되면 통계상 원화예수금과 단기외채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수 수요로 나타날 수 있어 단기외채 비율 하락만으로 외환 수급 개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2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은 640억 달러(약 89조원)로 전분기보다 6,895억 달러(약 963조원) 줄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대외금융자산은 3조843억 달러(약 4,306조원)로 처음 3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늘면서 대외금융부채도 3조202억 달러(약 4,216조원)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를 대외지급능력 약화로 곧바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봤다. 본지는 앞서 2분기 순대외금융자산 급감이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효과와 연결됐다는 한국은행 설명을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6 대외부문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화유동성 완충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2025년 말 한국 외환보유액은 4,280억 달러(약 597조원)로 단기외채의 2.4배, 수입액의 6.1개월분, 국내총생산(GDP)의 약 23% 수준으로 제시됐다.

IMF는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외포지션이 중기 펀더멘털과 바람직한 정책이 시사하는 수준보다 강하다고 봤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6.6%까지 확대됐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흑자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지표는 국내 외화자금 사정이 곧바로 나빠졌다는 신호라기보다 외국인 주식 매도 자금의 처리 방식이 통계에 반영된 사례에 가깝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앞서 FIMA 레포를 당분간 사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힌 점도 국내 외화유동성 압박이 제한적이라는 판단과 같은 맥락에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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