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가치평가, 매출보다 환수 구조로 옮겨간다

| 이준한 기자

프로토콜이 실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토큰 가치평가의 초점이 매출 규모에서 가치 환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수익이 발생해도 그 현금흐름이 토큰 보유자에게 연결되지 않으면 토큰 가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제프 도먼(Jeff Dorman) 아르카(Arca) 최고투자책임자는 2025년 3월 24일 글에서 토큰 환매를 프로토콜 자본배분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환매를 가격 하락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토큰 보유자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봤다.

도먼의 논리는 주식 환매와 토큰 환매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주식은 추가 발행이 가능하지만 상당수 토큰은 공급이 제한돼 있고, 성숙한 프로토콜이 토큰 보유자에게 아무 현금흐름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토큰의 장기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만 아르카의 주장은 무조건적인 환매론은 아니다. 도먼은 환매한 토큰을 다시 인센티브로 발행하는 순환 구조는 실질적인 가치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는 현금흐름을 환매, 소각, 직접 배분 같은 방식으로 연결해야 의미가 있다는 취지다.

토큰 가치 환수는 프로토콜 수익이 토큰 보유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를 따지는 개념이다. 통상 토큰은 주식처럼 법적 현금흐름 청구권이 보장된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매출을 내더라도 거버넌스와 토크노믹스에 따라 가치 포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 논리도 뚜렷하다. 모포(Morpho)는 2025년 6월 6일 공식 글에서 초기 고성장 프로젝트는 수익을 분배하기보다 성장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포는 프로토콜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더라도 네트워크 성장 지원을 위해 수익을 다시 투입하는 편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논쟁은 성장 단계에 따라 자본배분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제품 개발, 유동성 확보, 유통 확대가 필요한 프로토콜은 환매보다 재투자를 택할 수 있고, 이미 수익성이 확인된 프로토콜은 잉여 현금흐름을 토큰 구조와 연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논쟁은 실제 토크노믹스 설계로 옮겨갔다. 유니스왑(UNI)은 2025년 11월 10일 UNIfication 제안에서 프로토콜 수수료를 켜고 유니스왑 소각 메커니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안문은 프로토콜 사용이 유니스왑 소각으로 이어지는 장기 운영 모델을 담았다.

유니스왑의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논의는 앞서 유동성 공급자 수익과 프로토콜 수수료 배분 문제로도 이어졌다. 본지는 유니스왑 v4 프로토콜 수수료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유동성 공급자 수익 영향 공방으로 번졌다고 전한 바 있다.

에이브(AAVE)도 환매 논쟁의 사례다. 에이브 DAO는 2026년 2월 28일 기준 환매 프로그램으로 에이브 20만5000개 이상을 사들였고, 이는 총공급의 1.28%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rsETH 브리지 사고 이후 2026년 4월 19일부터 환매를 중단했다.

에이브의 환매 중단은 토큰 환매가 확정된 현금흐름 권리가 아니라 거버넌스가 정한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부 사고나 재무 불확실성이 커지면 재무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환매가 보류될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HYPE)는 수익과 토큰을 직접 연결한 사례로 거론된다. 비트와이즈(Bitwise)는 2026년 8월 12일 메모에서 암호화폐가 수익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하이퍼리퀴드가 지난해 8억 달러(약 1조1168억원) 넘는 수익을 냈고 이 중 약 99%를 하이퍼리퀴드 매입·소각에 썼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는 토큰 가치평가에서 매출의 절대 규모만큼이나 수익 배분 규칙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만 매입·소각이 가격 보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토큰 공급, 발행 일정, 거버넌스 변경 가능성, 중단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논쟁은 단순한 해외 디파이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본지는 앞서 펌프펀(PUMP)의 수수료와 매수·소각 구조가 시장 평가 대상이 됐지만, 매수·소각이 토큰 가치 보장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핵심은 환매 자체가 아니라 수익이 토큰으로 이어지는 경로다. 같은 매출을 내는 프로토콜이라도 수익이 토큰 보유자에게 이전되는 방식, 환매 중단 조건, 성장 재투자 원칙이 다르면 가치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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