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채굴업체들이 AI 인프라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새로 추진되는 컴퓨트 파생상품이 이들의 핵심 위험을 모두 줄여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GPU 임대료를 기초로 한 선물은 가격 변동을 일부 덮을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비와 자금조달 위험은 별개로 남는 구조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일(한국시간) 컴퓨트 파생상품 계약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검토 항목은 컴퓨트 현물시장, 시장감시, 조작 가능성, 고객보호, 영구 컴퓨트 선물 등이다. 마이클 셀리그(Michael S. Selig) CFTC 위원장은 성명에서 “미국은 견고한 컴퓨트 파생상품 시장 없이는 AI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들도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CME그룹(CME Group)은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와 함께 10월 5일 ‘H100 렌탈 지수 선물’과 ‘B200 렌탈 지수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상품은 엔비디아($NVDA) H100과 B200의 시간당 GPU 임대료 지수를 추적하며, 상장은 규제 검토를 전제로 한다.
본지는 앞서 CME그룹이 GPU 임대료 연동 선물 출시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컴퓨트는 AI 모델을 학습하거나 서비스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산 자원을 뜻한다. 지금까지 GPU 임대료는 공급자, 지역, 계약 기간, 고객 규모에 따라 달라 같은 반도체를 쓰더라도 실제 부담 비용을 비교하기 어려웠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와 NATIVX도 7월 1일 전력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정규화 컴퓨트 선물’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ICE는 이 상품이 천연가스·전력 선물과 같은 장에서 가격 발견과 헤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 역시 규제 절차 완료가 전제다.
문제는 헤지의 범위다. GPU 임대료 선물은 컴퓨트 가격 변동을 겨냥한다. 그러나 채굴업체의 AI 전환은 GPU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력, 부지, 냉각, 공사 일정, 장비 조달, 차입 비용이 함께 움직인다.
하이브디지털테크놀로지스(HIVE Digital Technologies)는 8월 17일 BUZZ HPC를 통해 5년짜리 GPU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가치는 약 3억5000만 달러(약 4883억원)다. 연간 환산 매출은 약 7000만 달러(약 977억원)이며, BUZZ HPC의 총 연간화 매출은 약 1억8000만 달러(약 2511억원)로 늘어난다.
같은 계약에서 하이브는 엔비디아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GPU 2016개를 GB300 NVL72 랙 시스템으로 구축한다고 밝혔다. 예상 설비투자는 약 1억8500만 달러(약 2581억원)다. 고객 선급금은 계약액의 약 10%인 3500만 달러(약 488억원)다.
이번 계약은 하이브의 매출 가시성을 높였지만, 설비투자와 추가 장비금융 부담을 없애지는 못한다. 본지도 앞서 하이브의 AI 클라우드 계약과 구축비 부담을 함께 짚었다. 계약 규모보다 실제 장비 배치와 가동 시점이 더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라이엇플랫폼스($RIOT)는 8월 10일 록데일(Rockdale) 캠퍼스에서 191MW 규모의 20년 데이터센터 임대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초기 계약 가치는 약 91억 달러(약 12조6945억원), 5년 연장 옵션을 포함한 잠재 가치는 약 161억 달러(약 22조4595억원)다.
라이엇은 첫 96MW를 2027년 12월, 전체 191MW를 2028년 6월까지 순차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개발비용에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5억7300만 달러(약 7993억원) 임시 금융 한도가 붙었다. 장기 임대 계약이 확정됐더라도 공사 일정과 금융 조건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컴퓨트 선물이 일부 가격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하이브의 실제 구축 장비는 블랙웰 울트라·GB300 계열이고, CME그룹의 초기 선물은 H100·B200 임대료를 기준으로 한다. 칩 세대와 계약 구조가 다르면 실제 수익과 선물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는 베이시스 리스크가 생긴다.
학술 연구 ‘Compute Futures: Who Is Left Exposed?’도 한쪽 시장에 맞춘 벤치마크는 그쪽 위험만 잘 헤지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H100 지수끼리도 상관관계가 충분히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시스 리스크는 실제 보유 자산이나 계약의 가격 움직임과 헤지 상품 가격 움직임이 어긋나는 위험이다.
시장 반응은 AI 전환 자체에는 우호적으로 나타났다. 공개 보도와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와 라이엇의 계약 체결 뒤 주가 반응과 목표가 조정이 거론됐다. 다만 투자 의견과 목표가는 발행 주체와 기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채굴업체의 사업 위험을 제거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채굴업체의 AI 전환은 BTC 채굴 수익 변동을 줄이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확인된 위험은 GPU 임대료보다 넓다. 컴퓨트 선물은 AI 인프라 가격을 재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프로젝트 금융과 실행 리스크에 미칠 영향은 상장 이후 유동성과 실제 활용 사례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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