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 30일 대기,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병목

| 최윤서 기자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항만 병목으로 탱커 대기 기간이 최대 30일까지 늘었다. 생산이 늘어도 낡은 터미널, 정전, 원유 품질 문제가 선적 속도를 막으면서 수출은 하루 125만 배럴 안팎에서 걸리고 있다.

로이터는 21일 선박 추적 자료와 업계 문서를 토대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피디브이에스에이(PDVSA)와 협력사들이 최근 수개월간 수출을 하루 125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식 수출 쿼터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타난 사실상의 상한이다.

병목은 베네수엘라 동북부 호세(José) 항만에 집중됐다. 호세 항만은 베네수엘라 전체 원유 수출의 약 70%를 처리하는 핵심 관문이다. 올해 이 항만에서는 장비 고장, 품질 문제, 정전이 이어지며 선적과 하역이 끊겼다.

원유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톨(Vitol)과 트라피구라(Trafigura)는 올해 들어 베네수엘라산 원유와 연료 1억4000만 배럴 이상을 실어 날랐다. 문제는 더 많은 원유를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항만이 그 물량을 제때 배에 실을 수 있느냐다.

셰브런($CVX)도 선적 개선을 위해 기존에 국내 선박에만 열려 있던 항만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항만 슬롯 경쟁이 거세지면서 선박이 배정된 하역·선적 시간을 넘겨 머무는 사례가 늘고, 체선료와 추가 물류비 부담도 커졌다.

체선료는 선박이 약정된 시간보다 오래 항만에 머물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원유 거래에서는 생산량, 저장 능력, 선적 슬롯, 항만 전력 공급이 맞물려 움직인다. 한 곳이 막히면 생산 회복이 곧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아거스(Argus)는 호바니 마르티네스(Jovanny Martinez) PDVSA 부사장이 18일 휴스턴 행사에서 7월 정제량이 하루 40만4000배럴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르티네스 부사장은 “인프라를 회복해야 한다”며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정제 회복을 강조하면서도 설비와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카일 하우스트베이트(Kyle Haustveit) 미국 에너지부 차관도 같은 행사에서 베네수엘라가 현재 하루 약 125만 배럴을 생산하고, 이 가운데 50만 배럴 이상이 미국 정유사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향 베네수엘라 원유 물량이 회복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계약 구조 변화도 병목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석유·가스 계약을 새 법체계로 옮기라고 파트너들에게 요구했고, 셰브런과 렙솔(Repsol), 에니(Eni) 등 약 20개 회사가 대상이었다. 협력사들이 자기 몫의 생산분을 독자 판매하는 구조가 넓어지면 항만 접근 경쟁은 더 커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외국 기업 접촉 확대는 올해 들어 진행된 에너지 부문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 본지는 앞서 외국 기업의 베네수엘라 원유 사업 재진입이 장기 협력과 계약 조건 조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병목은 생산 참여 논의만으로는 수출 능력이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지연은 새로 생긴 돌발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재현에 가깝다. 로이터는 2024년 1월에도 정전과 품질 문제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이 25% 줄어 하루 62만4000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항만과 전력, 품질 관리가 수출 회복의 핵심 제약이라는 점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이해관계자별 부담은 다르게 나타난다. 피디브이에스에이와 협력사는 생산 회복분을 제때 현금화하기 어렵고, 트레이더와 정유사는 선박 대기와 일정 지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항만 슬롯을 확보한 거래선은 제한된 물량을 먼저 가져갈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는 국제 원유 물류와 미국 정유 흐름의 문제로 읽힌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는 미국 걸프 연안 정유설비와 연결돼 있고, 제재 허가와 항만 처리 능력에 따라 물량 이동이 달라진다. 다만 이번 사안이 국제유가나 국내 에너지 비용에 미칠 직접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다음 관건은 호세 항만의 선적 능력, 전력 공급 안정성, 품질 관리 회복 여부다. 현재 확인된 수치는 탱커 대기 최대 30일, 최근 수개월간 하루 125만 배럴 안팎의 수출 한계, 7월 정제량 하루 40만4000배럴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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