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단체들이 인공지능(AI) 기업의 도서 매입·스캔·폐기 관행을 경쟁 제한 문제로 조사해 달라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요구했다. AI 학습 데이터 확보 논란이 저작권을 넘어 원자료 접근성과 시장 진입 장벽 문제로 번지는 흐름이다.
디맨드 프로그레스 교육기금, 미국소비자연맹, 지역자립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21일 공개서한에서 FTC에 AI 기업의 도서 매입·스캔·폐기 관행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배적 AI 기업들이 실제 책을 대량 구매한 뒤 스캔·디지털화·폐기하는 관행”을 조사해 달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해당 관행이 단순한 데이터 확보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쟁사와 연구자,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원자료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쟁점은 특히 절판본, 소규모 출판물, 외국어 도서처럼 디지털 저장소에 남아 있지 않은 책이다. 이런 책이 폐기되면 기업 내부 데이터베이스만 사실상 유일한 사본으로 남을 수 있다고 단체들은 지적했다.
공개서한은 FTC가 FTC법 6(b) 조항에 따른 조사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사 대상에는 △도서 매입·파괴적 스캔 규모 △폐기된 책이 마지막 사본이었는지 여부 △경쟁 AI 개발사와 연구자, 대중의 접근이 차단됐는지 여부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FTC법 6(b)는 FTC가 기업의 영업 관행과 시장 구조를 조사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단체들은 이 사안이 FTC법 5조상 ‘불공정 경쟁 방법’에 해당하는지도 따져야 한다고 했다.
논란의 배경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학습 자료 확보 과정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법원 문서를 근거로 앤트로픽이 책을 사들인 뒤 책등을 잘라 페이지를 스캔하고 이를 클로드 학습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단체들은 대형 AI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희소한 원자료를 먼저 확보하면 후발 기업의 데이터 확보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 쟁점과 경쟁 쟁점은 구분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2025년 앤트로픽이 합법적으로 구입한 책을 AI 학습에 사용한 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판단은 경쟁 제한 여부를 다룬 결정은 아니었다. 단체들이 FTC에 요청한 부분도 AI 모델 학습 자체의 제한이 아니라 기존 저작물을 폐기하는 관행의 조사다.
본지는 앞서 AI 기업의 도서 확보 방식에 FTC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당시 쟁점도 AI 학습 허용 여부보다 물리적 자료를 없애는 방식이 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맞춰졌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AI 서비스 성능 경쟁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기업과 콘텐츠 사업자 사이의 데이터 조달 방식, 저작물 보존 책임, 시장 진입 비용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과 직접 연결된 사안은 아니다. 다만 AI와 데이터 인프라가 투자·보안·자동화 영역과 맞물려 있는 만큼, 규제기관이 데이터 확보 방식을 어디까지 들여다볼지는 디지털 산업 전반의 관심사로 남는다.
공개서한은 FTC에 조사를 요구한 단계다. FTC의 공식 조사 착수 여부와 조사 대상 기업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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