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이하 공모 회사채 시장이 올해 들어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발행사 수와 주문액을 기록했다. 낮은 신용등급 기업의 공모 조달 창구가 좁아지면서 우량채와 비우량채 사이의 자금조달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는 투자은행 업계 집계를 인용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BBB급 이하 신용등급으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이 10곳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 주문액은 9010억원으로 지난해 2조6160억원보다 65.6% 줄었다.
발행사 수와 주문액은 모두 최근 5년 중 최저치다. BBB급 이하 공모채 수요예측 기업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12곳, 2024년 15곳, 지난해 14곳이었다.
주문액도 2022년 1조9890억원, 2023년 9230억원, 2024년 2조3730억원, 지난해 2조6160억원에서 올해 9010억원으로 내려왔다. 고강도 금리 인상이 이어졌던 2022년보다도 위축된 규모다.
올해 공모채 시장을 찾은 BBB급 이하 기업은 한진, SLL중앙, 대신자산신탁, 이랜드월드, JTBC, 중앙일보, 한솔테크닉스, AJ네트웍스, 케이카캐피탈, 동화기업 등이다. 과거 반복적으로 공모채를 발행하던 기업 일부는 올해 아직 수요예측에 나서지 않았다.
두산과 두산퓨얼셀, HL D&I 한라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진칼도 같은 기간 각각 세 차례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아직 공모채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CJ CGV도 2024년과 지난해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올해 발행 사례는 없었다.
공모 시장을 피한 일부 기업은 사모사채를 활용했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3월과 6월 각각 1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HL D&I 한라는 1월 50억원, 3월 300억원, 4월 70억원 등 세 차례 사모사채로 총 420억원을 조달했다.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도 주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진은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의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라갔지만 지난달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년물 10억원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19일 200억원 모집에 18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본지는 앞서 이랜드월드가 2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비우량채 투자심리가 약해진 배경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관련 크레딧 사태가 있다. A-등급이던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단기간에 C등급까지 내려갔고, 중앙일보와 JTBC 회사채 유통금리도 급등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다. 신용위험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고, 발행사는 더 높은 금리나 다른 조달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BBB급은 투자적격등급의 하단이다. 시장에서는 BBB0 안팎을 사실상 공모채 발행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BB급에 가까워질수록 기관투자자의 투자 제한과 증권사의 인수 부담이 커진다.
그동안 연 7% 안팎 금리는 BBB급 기업의 신용위험을 일부 보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높은 금리만으로 주문을 끌어내기 어려운 흐름이 확인됐다.
한 증권사 DCM 관계자는 "AA급 이상 우량채에는 여전히 기관 자금이 몰리는 반면 BBB급은 금리를 높여도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사모채나 대출 등 다른 조달 수단에 의존하게 돼 기업간 자금조달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수요 차이가 발행 조건뿐 아니라 조달 경로까지 가르고 있다는 뜻이다.
공모채 시장의 냉각은 개별 기업의 발행 실패를 넘어 차환 구조 전반에 부담을 주는 신호로 읽힌다. 올해 BBB급 이하 공모채 수요예측 주문액은 8월 21일 기준 9010억원, 참여 기업 수는 1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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