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재추계가 기준금리 판단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GDP 갭 축소를 통해 금리 하방 요인이 생길 수 있지만, 중립금리가 함께 오르면 통화정책의 기준점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24일 한국은행이 현재 잠재성장률 추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속도를 뜻한다.
통화정책에서 잠재성장률은 실제 성장률과의 차이를 통해 읽힌다. 실제 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값이 GDP 갭이고, 이 지표는 경기 과열이나 둔화를 판단하는 주요 변수로 쓰인다.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면 같은 실제 성장률에서도 GDP 갭은 작아진다. 이 경로만 보면 중앙은행이 추정하는 적정 기준금리에는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테일러 준칙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수준을 가늠하는 방식이다. GDP 갭이 줄고 마이너스 구간으로 들어가면 기준금리는 명목 중립금리보다 낮게 설정될 여지가 생긴다.
반대 방향의 힘도 동시에 작용한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잠재산출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고 물가상승률이 안정될 때의 실질금리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개선되면 투자 수요와 자본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잠재성장률 반등은 단기 금리에는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지만, 통화정책의 기준점 자체는 높일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8월 11일 공개한 ‘AI와 R*(중립금리)’ 보고서에서 AI가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단일 경로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면 자본수익률과 투자 수요가 확대돼 중립금리에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생산성 향상 폭을 두고는 견해가 엇갈린다고 덧붙였다. 미시적 수준에서는 AI의 생산성 제고 효과가 확인되고 있지만, 거시적 수준에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는 취지다.
같은 보고서는 AI가 노동을 대체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출 경우 총소비와 총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경로에서는 중립금리에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어, 생산성 개선 효과가 노동소득과 소비로 얼마나 환류되는지가 핵심 변수가 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잠재성장률 반등이 더 높은 금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가 함께 움직일 경우 통화정책 판단의 기준점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 총재는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긴축과 정부의 확장재정이 엇박자라는 질문에 “재정정책이 경제 전반의 성장 여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투자로 이어진다면 반드시 통화정책하고 엇박자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재정은 긴축적 통화정책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 총재는 6월 19일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및 특별 정책심포지엄 만찬 기조연설에서도 AI와 장기성장률의 관계를 언급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높은 성장률을 견인해 왔다는 게 사실이라고 하면, AI는 이런 현상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 논의는 크립토 시장에도 금리 변수를 통해 닿는다. 비트코인(BTC) 등 위험자산은 금리 경로와 유동성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자연이자율 분석은 통화정책 기조를 해석하는 기준일 뿐 특정 자산 가격의 방향을 직접 뜻하지는 않는다.
이번 쟁점은 잠재성장률 반등 자체보다 그 반등이 실제 생산성, 투자, 소비,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는지에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앙은행이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생산성·고용·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데이터 의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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