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가 기술주 성장 기대를 넘어 장기 계약과 신용 부담을 함께 따지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라클(Oracle·$ORCL)의 잔여수행의무(RPO) 급증, 오픈AI(OpenAI)의 장기 컴퓨팅 약정, 데이터센터 전력 계약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오라클은 6월 10일 회계연도 2026년 실적 자료에서 RPO가 6,380억 달러(약 883조6,300억원)로 전년 대비 363%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자료에서 회계연도 2026년 잉여현금흐름은 237억 달러(약 32조8,245억원) 적자였고, 부채 조달은 430억 달러(약 59조5,550억원), 지분 조달은 50억 달러(약 6조9,250억원)로 제시됐다.
RPO는 이미 계약했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잔여 수행 의무를 뜻한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는 앞으로 들어올 매출의 가시성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장기 계약 규모가 커질수록 이행 비용과 상대방의 지급 능력도 함께 봐야 한다.
쟁점은 AI 수요 자체가 아니다.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계약을 먼저 확보하고 향후 사용료로 회수하는 구조가 커졌다는 점이다. Groundbreaker는 7월 2일 칼럼에서 AI 붐을 기술 사이클보다 신용과 부동산형 인프라 사이클에 가깝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성장률이 꺾이기 전, 성장의 가속도가 먼저 둔화될 때 위험이 드러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는 공시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원문 저자의 분석이다. 공개 수치만으로 전체 AI 산업의 약정 총액이나 2027~2028년 상환 부담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식 자료에서도 장기 약정은 확인된다. 오픈AI는 Guaranteed Capacity 상품에서 고객이 1~3년 약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7월 22일 조지아주 에핑엄카운티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조지아파워와 3.2기가와트 전력 계약을 맺고 2028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고 밝혔다.
오픈AI는 1월 14일 세레브라스(Cerebras)와 협력해 2028년까지 750메가와트 규모의 저지연 AI 컴퓨팅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했다. 전력과 컴퓨팅 용량을 여러 해에 걸쳐 확보하는 방식은 AI 인프라 투자가 단기 서버 증설을 넘어 장기 설비 계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BIS)은 7월 14일 워킹페이퍼에서 AI 투자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술 주도 투자 붐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문서는 승자 대부분 독식 경쟁, 부채, 순환 지분 구조가 과잉투자와 재무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약정이 빅테크 장부 밖 부담으로 쌓였다는 본지 보도](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2297)와도 맞닿아 있다.
반론도 있다. 오픈AI는 7월 31일 회사 글에서 AI 인프라의 가치는 규모 자체가 아니라 더 저렴하고 넓게 쓰이는 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도 대형 AI 계약 중 750억 달러(약 103조8,750억원)는 고객 선지급 또는 고객 공급 하드웨어 부분이라며, 이 구조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자본 조달 부담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7월 22일 분석 기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FT),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메타(Meta), 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이 2027년 잉여현금흐름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서 2027년 영업현금흐름은 2025년보다 약 3,400억 달러(약 470조9,000억원) 늘지만, 자본지출은 약 5,340억 달러(약 739조5,9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PU, 네트워크 장비, 냉각 설비, 전력 계약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매출이 뒤따르더라도 초기 투자와 장기 계약 부담이 먼저 장부와 현금흐름에 반영되는 구조다.
지역사회 반발도 인프라 확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는 7월 18일 기준 미국 42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 142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력망 증설, 수도 사용, 송전 설비 부담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 투자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지역 정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흐름은 미국 기술주와 위험자산 평가를 함께 보는 문제로 이어진다. AI 인프라 투자가 회사채 발행과 장기금리 흐름에 영향을 주면 기술주 할인율과 성장주 밸류에이션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크립토 시장과의 직접 연결고리는 아직 제한적이다. 다만 AI 투자 사이클이 기술주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경우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유동성 환경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정 토큰 가격을 AI 인프라 약정만으로 설명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AI 붐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매출을 키우는 동시에 전력망, 차입, 현금흐름을 시험하고 있다. 오픈AI의 조지아주 에핑엄카운티 전력 공급은 2028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