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그리드 가치사슬에서 2030년까지 약 51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가 전력 수요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발전소와 송전망을 실제로 짓고 연결할 숙련 인력이 새 병목으로 떠올랐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6년 7월 23일 공개한 자료에서 미국이 추가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약 51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제조·건설·운영 부문은 약 30만명, 송전·배전·계통 연계 부문은 20만7000명으로 제시됐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전력 수요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5% 늘고, 이 중 1%포인트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봤다. 같은 자료에서 미국 전력 생산 투자 규모는 4440억 달러(약 614조원), 송전 투자 규모는 3020억 달러(약 418조원)로 추산됐다.
핵심은 투자액보다 공급 속도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미국 에너지 관련 견습생 수가 4만5000명이라고 적고, 송전·배전 분야의 예상 수요를 맞추려면 연간 6만5000명 수준까지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역 유틸리티 인력의 절반 이상이 경력 10년 미만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혔다.
에반 틸렌다(Evan Tylenda) 골드만삭스 리서치 GS SUSTAIN EMEA 헤드는 “인재와 노동력 접근성이 경쟁 우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망 확충 경쟁이 설비 발주만이 아니라 숙련 인력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력·그리드 가치사슬은 발전, 송전, 배전, 계통 연계, 운영, 유지보수를 모두 포함한다. 발전 설비가 늘어도 송전선로가 부족하거나 계통 접속 인력이 모자라면 전력은 수요지까지 제때 전달되지 못한다.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쓰는 시설일수록 이 병목은 더 뚜렷해진다.
재생에너지 확대도 노동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골드만삭스는 재생에너지가 제조, 건설, 설치, 운영, 유지보수를 포함한 생애주기 기준으로 화석연료보다 평균 2.5배 이상 노동집약적이라고 분석했다. 송전 업무는 교육과 숙련 기간이 길어 인력난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5월 20일 자료에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31GW에서 2027년 66GW로 늘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지도 앞서 AI 확산이 전력망 병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전했다.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에서는 전력망 접속과 지역 수용성도 병목으로 거론돼 왔다. 본지는 앞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취소·지연 규모가 커지며 AI 인프라 병목이 자금 조달을 넘어 전력망 접속과 인허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력망 압박은 미국 지역 전력시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는 2025년 7월 9일 미국 최대 전력망인 피제이엠 인터커넥션(PJM Interconnection)이 데이터센터와 AI 수요로 부담을 받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시스템 수요가 32GW 늘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2025년 7월 보고서에서 신규 안정 전원 확충이 늦어질 경우 2030년 정전 위험이 현재보다 100배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 수요 확대가 발전 용량, 송전망, 인허가, 노동력의 동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반응은 인력 확보가 전력 투자 일정의 핵심 변수라는 쪽에 모인다. 전기공과 송전 인력은 단기간에 대량 배출하기 어렵고, 현장 경험이 생산성과 안전을 좌우한다. 장비를 확보해도 설치와 계통 연결을 맡을 인력이 부족하면 실제 가동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다만 51만명은 현재 부족 인원이 아니라 2030년까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는 수요 추정치다. 실제 고용 공백은 경기, 투자 집행, 견습생 공급, 지역 규제, 장비 조달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 기업에도 간접 영향은 작지 않다. 미국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늘면 전력 장비,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 구축, AI 인프라 투자 환경이 함께 바뀔 수 있다. 다만 국내 기업별 수혜나 투자 효과는 별도 수주, 계약, 설비 증설 여부가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다.
2030년까지의 관건은 전력 수요 전망이 아니라 실행 속도다. 발전 설비, 송전망, 계통 접속, 숙련 인력 공급이 함께 맞물려야 AI 데이터센터 확장 일정도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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