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가 24시간 외환시장 운영과 원화 국제화 흐름에 맞물리며 외환 딜링룸 배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전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딜링룸까지 서울 밖으로 옮길 경우 시장 참가자와 고객 접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으로 산은·기은·수은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대상과 지역,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NH농협은행도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설에 따른 영향을 살피고 있다.
쟁점은 본점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외환 딜링룸을 함께 옮겨야 하는지다. 서울외환시장은 한국은행, 시중은행,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증권사, 외국환중개회사 등이 서울 중구와 여의도 일대에 모여 작동해 왔다. 주요 고객사도 서울에 집중돼 있어 딜링룸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거래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가 벌어진다.
외환시장은 통상 참가자와 정보가 모인 곳에서 유동성이 형성된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주요 현안을 대면으로 논의하고, 은행·중개회사·고객사가 짧은 시간 안에 호가와 수요를 맞추는 구조도 이 같은 집적 효과 위에 있다.
반대로 딜링룸만 서울에 남기면 본점과 핵심 영업 조직이 갈라진다. 한 기관 관계자는 “영업 상대가 서울에 몰린 상황에서 금융공기업만 지방으로 이전하면 영업 경쟁력 저하와 상당한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지방 이전의 정책 효과와 시장 기능 유지 사이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외환시장운영협의회 참가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회의 참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융기관들이 정부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논란은 원화 거래 기반을 넓히는 정책 흐름과도 맞물린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7월 6일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시작했다. 기존 거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였지만, 현재는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사실상 중단 없이 운영된다.
24시간 거래 전환 뒤 은행 간 현물환 거래도 늘었다. 서울외환시장이 24시간 체제로 바뀐 7월 6일부터 8월 23일까지 은행 간 시장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국내 휴일을 제외하고 194억2300만 달러(약 26조858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173억9000만 달러(약 24조480억원)보다 11.7% 증가한 수치다.
본지는 앞서 24시간 외환시장 전환 이후 현물환 거래가 늘어난 흐름을 전했다. 당시 한 달여간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191억4000만 달러(약 27조1405억원)로 집계됐고, 이후 8월 23일까지 평균 거래량은 194억2300만 달러로 더 늘었다.
외환시장 24시간 운영은 해외 투자자가 국내 현물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을 넓히는 조치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이 닫힌 시간대에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을 통한 원화 위험 관리가 주로 이뤄졌다. 외환당국은 역외 원화거래 인프라와 제도 개선,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산은은 올해 달러-원 시장 선도은행 7곳 중 하나다. NH농협은행도 선도은행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심야 유동성 확충과 역외 원화거래 기반 정비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주요 시장조성 기능을 맡은 기관을 물리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쟁이 생긴 배경이다.
전문 인력 확보 문제도 남아 있다. 24시간 거래 체제에서는 야간과 새벽 시간대 대응 인력이 필요하다. 한 외환딜러는 “예전에는 젊은 직원들이 딜링룸에 많이 왔는데 이제는 잘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저녁 약속을 잡기 어려워 일상생활이 힘들고, 특히 새벽 출근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들어 금융중심지와 딜링룸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외국계은행 고위 관계자는 “해외를 봐도 주요 은행의 딜링룸이 금융중심지에 있지 않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노조는 이미 반대 행동에 나섰다. 산은·기은·수은 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석한 공동 집회를 열고 지방 이전에 반대했다. 본지는 앞서 국책은행 3사 노조가 대규모 공동 집회를 예고한 흐름을 전했다. 금융노조도 지방 이전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방 이전 뒤 서울 업무 거점을 다시 마련한 사례도 거론된다.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서울 소재 기관과 글로벌 투자사 미팅 수요가 이어지자 2023년 서울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했다. 국책은행 이전이 실제 결정될 경우 딜링룸, 본점 기능, 서울사무소 운영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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