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물 이더리움(ETH) ETF가 출범 당시 103억6000만 달러(약 14조3000억원)의 시드를 안고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 금액의 대부분은 새로 들어온 자금이 아니라 기존 신탁 자산의 전환분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그레이스케일 공시와 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 이더리움 ETF 플로우 표를 대조하면, 개장 자산의 핵심은 그레이스케일의 기존 이더리움 신탁 자산이 상장상품 구조로 옮겨진 데 있었다.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ETHE)는 2024년 7월 23일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같은 날 ETHE는 보유하던 이더리움 29만2262.98913350개를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미니 트러스트(ETH)로 넘겼다.
이 이전분의 가치는 10억1093만4757달러(약 1조3963억원)였다. SEC 8-K와 그레이스케일 보도자료에 담긴 수치다.
그레이스케일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ETHE 운용자산을 91억9000만 달러(약 12조6928억원), ETH 운용자산을 10억2000만 달러(약 1조4088억원)로 제시했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표는 시드 항목 103억6000만 달러 가운데 91억9900만 달러를 ETHE 전환분, 10억2300만 달러를 ETH 전환분으로 분류했다.
두 전환분을 합치면 전체 시드 항목의 98.7%가 그레이스케일 기존 자산이었다. 다른 발행사의 초기 시드 자금은 1억3850만 달러(약 1912억원)에 그쳤다.
겉으로는 100억 달러가 넘는 ETF 출범 규모였지만, 자금의 성격을 나누면 신규 매수세와 기존 신탁 전환분은 분명히 갈린다. ETF 출범 첫날의 총액을 그대로 신규 수요로 읽기 어려운 이유다.
시드 자본은 ETF가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마련한 초기 자산이다. 전환은 기존 신탁이나 상품의 자산이 ETF 구조로 옮겨진 것이고, 순유입은 출시 뒤 설정과 환매를 반영한 자금 흐름이다. 운용자산은 가격 변동까지 반영한 자산 규모다.
같은 표에 함께 놓여 있어도 네 숫자는 같은 뜻이 아니다. 특히 기존 신탁을 ETF로 전환하는 구조에서는 개장 자산이 커 보여도 실제 신규 자금 유입과는 경제적 의미가 다르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는 2026년 8월 27일 기준 이더리움 ETF 누적 순유입을 128억6800만 달러(약 17조7736억원)로 집계했다. 이 수치는 개장 당시 시드 항목과 별도로 제시된다.
출범 때 들고 나온 자산과 이후 들어온 순유입을 섞어 읽으면 ETF 수요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 출시 뒤 순유입 수치는 거래 이후의 설정·환매 흐름을 따로 봐야 한다.
첫 거래일의 시장 반응도 따로 구분해야 한다. 로이터는 미국 현물 이더리움 ETF가 2024년 7월 23일 첫 거래일에 10억7000만 달러(약 1조4778억원)어치 거래됐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거래대금이다. 순유입이나 신규 설정액이 아니어서, 개장 열기를 보여주더라도 새로 들어온 자금 규모와 같은 지표로 볼 수는 없다.
같은 구조는 솔라나(SOL) ETF에서도 나타났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솔라나 ETF 표는 시드 항목 4억4930만 달러(약 6206억원) 가운데 1억270만 달러(약 1416억원)를 GSOL 전환분으로 표시했다.
2026년 8월 27일 기준 솔라나 ETF 누적 순유입은 12억2800만 달러(약 1조6957억원)였다. 출범 숫자와 이후 순유입이 별도 항목으로 남는 구조는 이더리움 ETF와 같다.
크립토 ETF의 초기 흥행을 볼 때 핵심은 총액보다 출처다. 기존 신탁 자산이 ETF 포장 안으로 이동한 것인지, 발행사가 거래 개시를 위해 넣은 시드인지, 출시 뒤 실제 설정을 통해 들어온 순유입인지가 먼저 구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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