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재식별 위험에 지캐시 프라이버시 다시 거론

| 김하린 기자

그레이스케일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금융 데이터 재식별 위험이 커지면서 지캐시(ZEC)의 프라이버시 기능이 다시 평가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공개 블록체인 거래 기록과 외부 데이터가 결합될수록 주소와 실제 신원이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문제의식이다.

잭 판들(Zach Pandl) 그레이스케일 리서치 책임자는 8월 31일 공개한 ‘Zcash and the Privacy Imperative’에서 AI를 금융 프라이버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키우는 ‘세 번째 물결’로 설명했다. 그는 공개 블록체인 거래가 외부 정보와 결합될 경우 실제 신원과 연결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비트코인닷컴 뉴스는 판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용자에게 이는 ‘필수 기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레이스케일의 논지는 지캐시 가격 전망보다 공개 장부 구조와 AI 분석 능력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다.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AI가 새로운 재식별 위험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미 회계감사원(GAO)도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AI가 서로 다른 데이터 세트를 결합해 익명화된 정보를 다시 식별할 수 있다는 전문가 패널의 지적을 담았다. 두 기관의 자료는 지캐시 자체를 평가한 문서는 아니지만,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지캐시는 투명 주소와 실드 주소를 함께 지원한다. 지캐시 공식 문서는 실드 거래가 송신자와 수신자, 거래 금액을 블록체인 위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선택적 공개 기능을 통해 필요한 상대에게 거래 정보를 제한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다만 실드 거래가 전체 프라이버시를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캐시 커뮤니티 포럼의 ‘Zero-indexer’ 논의는 지갑이 인덱서와 통신하는 과정에서 IP 주소와 지캐시 금액이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인 위 정보가 가려져도 네트워크 메타데이터와 사용 방식은 별도 위험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기관 접근성도 논의에 붙었다. 그레이스케일은 8월 25일 지캐시 ETF(ZCSH)가 뉴욕증권거래소 아카에서 거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8-K 문서는 8월 25일께 ZCSH 티커로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앞서 공시했다.

본지는 앞서 지캐시 ETF가 상장 첫날 1,480만 달러(약 203억원) 규모 거래대금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당시 종가는 전장보다 1.54% 내린 63.10달러로 집계됐다.

이번 상장은 그레이스케일이 기존 지캐시 트러스트를 거래소 상장 상품 구조로 전환해 증권계좌를 통한 접근 통로를 넓힌 뒤 나온 후속 논의다. 지캐시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전통 증권 계좌로 ZEC 현물 노출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렸다. 지캐시 커뮤니티 포럼의 8월 31일 ‘The Zcash Daily’는 ZCSH 상장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이 있지만, 투명한 커스터디 구조가 실드 중심의 철학을 약화시키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기관 상품은 접근성을 넓히지만, 지캐시가 내세우는 프라이버시 정체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논쟁이다.

반론도 제기됐다. BTC타임스는 샘슨 모우(Samson Mow)가 그레이스케일의 지캐시 프라이버시 구도에 반발하며 비트코인도 프라이버시하게 사용할 수 있고 지캐시의 익명 집합은 작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같은 보도는 수수료와 상품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다뤘다.

실드 공급 비중도 단일 수치로 고정하기 어렵다. ZecStats는 9월 1일 오전 8시 12분 한국시간 기준 486만 ZEC, 전체 공급의 28.7%가 실드 상태라고 집계했다. 커뮤니티 글과 일부 트래커는 비슷한 시기 28%대 또는 약 30%로 표현했다.

수치 차이는 분모와 기준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발행 공급 전체를 기준으로 볼지, 특정 주소군과 추적 방식에 따라 계산할지에 따라 실드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실드 공급이 늘었다는 흐름과 특정 시점의 비율은 구분해 읽어야 한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쟁점은 가격보다 구조에 가깝다. 프라이버시 코인은 거래소 상장과 규제 심사에서 민감한 자산군으로 취급돼 왔고, 기관 상품화는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커스터디와 규제 적합성 논쟁을 다시 부른다. 지캐시 사례는 AI 시대의 금융 프라이버시 논의가 토큰 설계와 투자 상품 구조를 동시에 압박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그레이스케일의 이번 글은 즉각적인 시장 충격보다 프라이버시 자산을 둘러싼 장기 내러티브를 다시 정리한 성격이 크다. AI가 실제 지캐시 이용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별도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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