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팔지 않고 담보로 맡겨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방식이 디파이(DeFi) 대출 풀에 숨은 신용리스크를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금 이연 수요가 담보 가격 하락, 청산 지연, 부실채권 위험과 맞물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는 5일 ‘buy, borrow, die’로 불리는 세금 전략이 디파이 대출 구조와 결합할 때 대출 풀의 손실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전략은 오른 자산을 팔아 세금을 내는 대신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과세 시점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디지털 자산을 통화가 아니라 재산으로 본다.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팔거나 처분하면 자본이득 또는 손실을 계산해야 하지만, 담보 대출은 자산 매각이 아니어서 같은 방식의 과세 사건으로 잡히지 않는다.
크립토슬레이트는 이더리움(ETH)을 1000달러에 산 투자자가 가격이 4000달러로 오른 뒤 1000달러를 현금화하려는 사례를 들었다. 보유분의 4분의 1을 팔면 750달러의 이익을 인식하지만, ETH를 담보로 넣고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면 매각 없이 유동성을 얻는 구조다. 이 예시는 설명용 가정으로, 실제 거래 통계는 아니다.
실증 단서는 학술 논문에서 제시됐다. 리사 드 시몬(Lisa De Simone) 등 연구진은 SSRN 논문 ‘Tax-Motivated Borrowing and Default Risk in Decentralized Lending’에서 2021년 미국 세금 보고 충격 이후 디파이에서 ‘borrow up, trade down’ 패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계 거래자는 거래 가능성이 24.5% 낮아졌고, 스테이블코인 부채를 쓴 차입자는 추가로 23% 더 낮아졌다.
연구진은 세금 유인이 거래를 줄이고 시장 깊이를 얕게 만들면 부실 대출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논문 초록은 세금 유발 비유동성이 1표준편차 늘 때 부실 대출 가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적었다. 다만 연구 대상은 2020년 11월 12일부터 2022년 7월 31일까지의 비너스(Venus) 데이터여서 2026년 현재 디파이 전체로 곧바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비너스 사례는 디파이 대출 구조의 장단점을 함께 보여준다. 비너스는 초과담보 방식으로 대출을 운영하고, 청산 기준과 담보 계수로 계정 건전성을 판단한다. 담보 가치가 부채를 충분히 받치지 못하면 청산자가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다.
이 구조가 정상 작동하면 대출 풀의 손실을 줄인다. 그러나 담보 가격이 급락하거나 청산이 늦어지면 손실은 차입자 개인을 넘어 풀 전체로 옮겨갈 수 있다.
비너스 커뮤니티는 4월 담보 활성화에 시간을 두는 제안을 올렸다. 제안은 담보가 예치되자마자 전체 차입력을 주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빌릴 수 있는 한도를 늘리는 구조를 담았다. 제안자는 즉시 신뢰 구조가 부실채권과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한 댓글은 이 방식이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설계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리스크 완화와 자본 효율성이 맞부딪힌 셈이다.
비너스 커뮤니티의 6월 월간 리포트도 스트레스 상황을 수치로 제시했다. 6월 말 기준 코어 풀 총 공급은 13억3000만달러(약 1조7942억원), 총 부채는 3억6510만달러(약 4925억원)였다. 보고서는 추가 60% 가격 충격이 오면 부실채권이 2500만달러(약 337억원), 청산 보너스 반영 시 3370만달러(약 455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 분석이 특정 시점의 스트레스 테스트이며 경로 의존적 연쇄 청산 시뮬레이션은 아니라고 밝혔다. 숫자는 대출 풀의 취약 구간을 보여주는 참고치이지, 실제 손실 발생을 예고한 수치는 아니다.
정책 측면의 빈틈도 남아 있다. IRS는 2025년 이후 브로커 거래에 대해 Form 1099-DA 총매출 보고를 도입했고, 2026년 이후 일부 거래의 원가 기준 보고를 단계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비수탁형 또는 탈중앙형 브로커는 현행 최종 규정의 직접 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IRS 지침은 래핑, 유동성 공급자 거래, 스테이킹, 디지털 자산 대출 등 일부 거래에 대해서도 추가 지침 전까지 보고 유예를 두고 있다. 보고 체계가 강화되고 있지만 비수탁형 디파이의 담보 대출 활동이 곧바로 전면 가시화되는 구조는 아니다.
택스폴리시센터(Tax Policy Center)는 6월 15일 글에서 ‘buy, borrow, die’가 실제 허점이라고 보면서도 초고자산가의 차입이 널리 퍼진 전술은 아니라고 짚었다. 디파이 기사에서 중요한 대목은 이 전략의 대중성 자체보다 세금 이연 유인이 온체인 대출 풀의 담보·청산 구조와 만나는 지점이다.
현재 확인되는 쟁점은 특정 토큰 가격이나 개별 풀의 방향이 아니라 세금 전략이 대출 풀의 신용리스크 측정에 들어가야 하는지다. 디파이 대출 시장은 담보율과 청산 규칙으로 위험을 통제해 왔지만, 세금 유인으로 거래가 줄고 담보 회전이 늦어지는 상황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