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원자재, 지수에 연동된 무기한 선물 거래가 2026년 8월 7,780억 달러(약 1,050조원) 규모로 불어나며 크립토 거래소의 새 거래 축으로 떠올랐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집중됐던 퍼페추얼 시장이 전통자산을 24시간 거래하는 파생상품 시장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파사나라 디지털(Fasanara Digital) 집계에서 비크립토 자산 연동 무기한 선물은 2026년 8월 주요 디지털자산 플랫폼 전체 거래량의 23.48%를 차지했다. 2025년 11월 0.5%였던 비중이 9개월 만에 급격히 확대됐다.
중앙화 거래소만 놓고 보면 주식 연동 상품 쏠림이 더 뚜렷하다. 우블록체인(WuBlockchain) 데이터센터는 8월 중앙화 거래소 주식 무기한 선물 거래대금이 6,654억2,000만 달러(약 897조원)였다고 밝혔다. 이는 7월 6,361억9,000만 달러(약 858조원)보다 4.6% 늘어난 규모이며, 1월 115억8,000만 달러(약 15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56.5배 수준이다.
거래는 일부 종목에 집중됐다. 샌디스크(SNDK)가 1,935억8,000만 달러(약 261조원), SK하이닉스(SKHYNIX)가 758억9,000만 달러(약 102조원), 스페이스X 연동 SPCX가 659억3,000만 달러(약 89조원)를 기록했다. 세 상품을 합친 비중은 8월 중앙화 거래소 주식 무기한 선물 거래의 50.4%였다.
이 수치는 전통 금융이 크립토 거래를 대체했다는 뜻과는 다르다. 크립토 거래소의 거래 인프라가 주식, ETF, 원자재 가격 노출을 흡수하는 쪽에 가깝다. 기존 증권시장은 정규장 시간이 있지만, 크립토 거래소는 24시간 거래와 단일 계정, 테더(USDT) 증거금 구조에 익숙한 이용자 기반을 갖고 있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일이 없는 선물 계약이다.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연동해 거래한다. 주식 연동 무기한 선물 역시 해당 주식이나 원자재의 소유권을 주는 상품이 아니라 가격 노출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바이낸스는 8월 25일 공개 자료에서 24시간 거래대금 기준 상위 15개 무기한 선물 계약 중 10개가 주식, ETF, 원자재 등 전통자산 연동 상품이라고 밝혔다. 같은 자료에서 샌디스크 연동 SANDUSDT의 8월 19일 오후 6시 한국시간 기준 24시간 거래대금은 68억7,000만 달러(약 9조3,000억원)로, 나스닥 상장 샌디스크의 24시간 거래대금의 약 2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비트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바이비트는 7월 29일 트래드파이 존(TradFi Zone)을 출시하며 주식, ETF, 금, 원유를 포함한 전통자산 연동 무기한 선물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한 계정과 USDT 증거금으로 크립토 계약과 전통자산 계약을 함께 다루는 구조다.
이 흐름은 올해 상반기부터 누적돼 왔다. 본지는 앞서 올해 1~5월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통자산 기반 무기한선물 거래량이 1조3,2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크립토 거래소가 전통 금융자산을 온체인 거래 체계로 끌어들이는 흐름을 업계가 '역방향 브리징'으로 부른다는 설명도 함께 나왔다.
제도권에서도 무기한 선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5월 29일 칼시EX의 비트코인 현물가격 연동 BTCPERP 계약을 선물계약으로 승인했다. 같은 날 무기한 선물 계약 상장에 관한 정책 성명을 냈고, 6월 22일에는 24시간 거래와 에너지 상품 연동 무기한 선물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다만 거래 비중 확대를 시장 전체 성장으로 바로 읽기는 어렵다. 언체인드(Unchained)는 무기한 선물이 크립토 거래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커졌지만, 중앙화 거래소 거래량은 31개월 저점에 닿았다고 지적했다. 전통자산 연동 상품 확대가 새 자금 유입인지, 기존 크립토 유동성의 이동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분모다. 23.48%와 7,780억 달러는 주요 디지털자산 플랫폼의 전통자산 연동 무기한 선물을 가리킨다. 6,654억2,000만 달러는 중앙화 거래소의 주식 연동 무기한 선물 거래대금이다. 두 수치를 단순 합산하면 시장 규모를 잘못 읽을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는 해외 거래소 상품군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 연동 상품이 8월 주요 거래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자체가 아니라 국내 기업 가치에 연동된 해외 크립토 파생상품이 24시간 거래되는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접근성과 규제 해석이 함께 남는다. 해외 거래소 상품은 거래 시간과 증거금 구조가 전통 증권시장과 다르고, 기초자산 가격 형성에도 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거래량 확대는 방향 신호가 아니라 파생상품 수요와 유동성 분포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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