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기업 시장에서 늘고 있지만, 실제 확장의 병목은 블록체인 처리 속도보다 은행 계좌와 외환, 현지 결제망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 결제는 법정화폐에서 출발해 법정화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온체인 정산만으로는 전 구간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베르나르두 브리치스(Bernardo Brites) 트레이스 파이낸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6일(현지시간, 한국시간 7일) 디크립트 기고문에서 기업 결제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여전히 법정화폐라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간 가치 이전의 중간 구간을 온체인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자금 유입과 유출, 규제 준수, 현지 결제망 접속은 은행 인프라에 묶여 있다는 설명이다.
맥킨지와 아르테미스는 2025년 말 기준 실제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를 연환산 약 3900억 달러(약 524조2000억원)로 집계했다. 맥킨지는 이 수치가 전체 결제 규모의 약 0.0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연간 30조 달러(약 4경302조원) 이상 거래량에는 봇 거래, 거래소 내부 이동, 자동매매가 포함돼 실제 결제와 구분해야 한다.
국경 간 결제 시장의 크기도 차이를 보여준다. FXC 인텔리전스는 2025년 전 세계 국경 간 결제 규모가 도매와 소매 흐름을 합쳐 208조 달러(약 27경9400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사용 규모는 기존 결제 시장에 비해 아직 작다.
기업 결제는 대체로 세 단계로 나뉜다. 송금인은 현지 통화와 현지 결제망을 통해 돈을 보내고, 수취인은 다시 현지 통화로 대금을 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가운데 국가 간 정산 구간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앞뒤 구간이다. 기업의 급여, 공급업체 대금, 매출, 자본 배분은 대부분 은행 계좌와 규제 금융 인프라 위에서 움직인다. 온체인 정산이 빨라져도 입출금, 환전, 현지 지급망 연결이 늦으면 기업 결제 전체 속도는 제한된다.
브리치스는 결제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망의 깊이가 중요해진다고 봤다. 연간 결제 규모가 5000만 달러(약 670억원)일 때는 은행 한 곳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한 곳, 단일 컴플라이언스 체계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5억 달러(약 6710억원), 100억 달러(약 13조4300억원) 규모로 커지면 은행, 외환, 라이선스 체계가 얼마나 많은 결제 구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브라질 사례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픽스(Pix)가 2025년 35조 헤알 이상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기관 규모의 결제를 처리하려면 헤알화 정산, 현지 결제망 접근, 외환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업이 은행 거래선 한 곳에 의존하는 구조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규제 변화나 컴플라이언스 검토, 은행의 사업 방침 변경에 따라 특정 결제 구간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6년 3월 페이팔, 스트라이프, 비자, 마스터카드에 디뱅킹 관행과 관련한 경고 서한을 보냈다.
규제도 은행과의 결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7월 지니어스법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 법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00% 준비금 담보와 준비금 구성의 월별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발행사가 비은행이어도 준비금 수탁과 라이선스, 공시 체계에서는 은행권 인프라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대규모 결제에서는 발행사의 기술보다 준비금 보관, 환전, 계좌 연결, 규제 대응 능력이 함께 평가 대상이 된다.
은행권도 온체인 결제 실험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 대형 은행들이 기존 예금과 결제망을 블록체인 환경에 연결하는 토큰화 예금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스테이블코인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예금과 지급결제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능을 붙이는 접근이다.
이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곧바로 대체하기보다 은행 인프라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금융기관은 예금과 청산 구조를 유지하려 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는 빠른 정산과 24시간 결제 기능을 앞세운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두 인프라가 끊기지 않고 연결되는지가 실제 도입 조건이다.
맥킨지와 아르테미스는 2025년 말 기준 기업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연환산 약 2260억 달러(약 303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733%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성장은 은행 연결, 현지 결제망, 외환 인프라를 먼저 갖춘 기업에 집중됐다.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정산 기능이 기업 시장에서 작동하려면 블록체인 밖의 은행 인프라가 함께 준비돼야 한다. 실제 결제 규모가 커질수록 경쟁의 초점은 체인 성능뿐 아니라 계좌, 외환, 라이선스, 현지 지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