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비투자와 강한 실물경제가 자금을 흡수하면서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존 부채의 차환 수요까지 겹치면 주식과 채권시장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월 2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린 인터뷰에서 마이클 하웰 지엘 인덱시스 설립자 겸 대표는 최근 유동성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실물경제의 자금 수요 확대를 꼽았다. 중앙은행의 긴축만으로 설명하기보다 AI 투자와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흐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웰은 "자금이 실물경제와 AI 설비투자로 들어가면 전통적인 자산시장에는 그만큼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물경제가 금융시장의 자금을 밀어내는 현상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며, 유동성 지원이 줄어들면 주가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그는 국채 금리 상승을 미국의 재정 문제나 국채 발행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AI 설비투자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등이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이 금융시장에서 흡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웰은 미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6%를 웃돈다고 언급하며, 물가 상승의 영향이 포함돼 있더라도 높은 매출 증가율을 뒷받침하려면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물경제가 둔화해서 금융여건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활동이 빨라지면서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수익률곡선의 평탄화와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유동성 감소의 신호로 제시했다. 하웰은 연초 시장의 예상과 달리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됐으며, 이는 유동성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AI 투자에 따른 신규 차입과 기존 부채의 만기 도래가 겹치는 점도 부담으로 꼽았다. 그는 AI 설비투자와 관련해 내년에 최소 2조 달러 규모의 차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 저금리를 활용해 만기를 늘렸던 부채의 차환 수요와 정부의 신규 차입까지 더해지면서 자금 확보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웰은 "차입한 부채를 계속 감당하려면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철도와 광섬유 산업에서도 기술과 기반시설은 남았지만 초기 투자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광섬유 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던 경험을 들어, AI 기술의 유용성과 투자 기업의 재무적 생존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강한 긴축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 긴축 움직임이 있더라도 중앙은행들이 과도한 긴축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순환적 하강은 아직 더 진행될 여지가 있으며 시장에 점점 더 큰 고통을 줄 것"이라며, 유동성이 선행지표인 만큼 현재의 실물경제 호조만으로 금융시장 부담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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