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의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고,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의 기여도가 컸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2025년 12월 17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국내 법인기업 2만 6,067개(제조업 1만 2,962개, 비제조업 1만 3,105개)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이는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2분기에 역성장(-0.7%)했던 흐름에서 벗어나 반등한 수치다. 제조업은 전 분기의 -1.7%에서 3분기 2.9%로, 비제조업은 0.3%에서 1.2%로 각각 성장세가 확대됐다.
이러한 회복세의 중심에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있었다.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HBM) 등 인공지능 관련 제품의 수출이 늘고,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해당 업종 매출은 전 분기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한 8.9%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석유·화학 업종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매출 감소폭은 일부 완화됐다. 비제조업에서는 도소매와 정보통신업이 각각 4.0%, 8.8%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는 전기자동차 수입 증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실적 개선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세는 기업 규모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0.6%에서 2.6%로 크게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은 -1.3%에서 0%로 전 분기의 감소폭만 겨우 만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수익성 역시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6.0%에서 6.6%로 상승했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하락해 4.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 수익성도 온도차가 있었다. 전체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오른 6.1%를 기록했으며, 제조업이 7.1%로 특히 강세를 보였다. 기계·전기전자는 11.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반면 건설업과 운수업은 각각 2.8%, 6.6%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비제조업 전체로도 이익률이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 안정세에 힘입은 전기가스업만은 예외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재무 건전성 지표도 나아졌다. 전체 기업의 부채 비율은 89.8%에서 88.8%로, 차입금 의존도는 26.6%에서 26.2%로 각각 소폭 하락해 재무 구조가 다소 개선된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며, 앞으로는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가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조치는 올해 1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됐지만, 3분기 통계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에도 첨단 기술 산업과 대형 수출기업 중심의 회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소기업과 일부 업종은 여전히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향후 정책 지원의 방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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