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제통화기금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에서 단순한 위험 진단을 넘어 각국 협력을 설계하는 중심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기의 불안 요인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재정 건전성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편성·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제 공조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 회의에 국제통화기금 이사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이런 입장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세계 경제가 지정학적 충격과 성장 둔화 압력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각국이 자국의 재정·통화 여건에 맞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구 부총리는 인공지능 전환기에는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교육체계 전반의 개편이 중요하다고 보고 한국이 관련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기술 격차가 더 큰 경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취약국의 인공지능 혁신 역량 개발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라 생산성, 성장잠재력,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반으로 보고 국제 협력 의제에 올리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 부총리는 이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와 만나 한국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이 충분한 재정 여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기 재정건전성을 위한 노력이 안정적인 재정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이 추진 중인 글로벌 인공지능 허브 구상에도 관심을 보이며, 취약국 지원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제기구가 한국의 재정 운용과 디지털 협력 구상에 일정한 신뢰를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대외 정책 발언권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읽힌다.
구 부총리는 올해 주요 7개국 의장국인 프랑스의 초청으로 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도 참석해 글로벌 불균형과 핵심 광물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는 특정 국가만의 조정으로 어렵고, 흑자국과 적자국이 함께 움직여야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경제권이 인공지능 교육 같은 인적자본 투자와 연금개혁 등 구조개혁에 먼저 나서면 중견국과 신흥국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제 경제 협의체에서 재정 건전성, 구조개혁, 인공지능 격차 해소가 서로 연결된 핵심 의제로 더 자주 다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