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로 사모 신용 시장 부실 현실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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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길어질수록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사모 신용 시장의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겉으로는 연체가 크지 않아 보여도, 실제로는 차입 기업의 상환 부담이 누적돼 금융권 전반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금융연구소의 심재찬·한준희 책임연구원과 황석규 연구위원은 2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모 신용은 은행 대출이나 공개 회사채 시장이 아닌 곳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대출을 뜻하는데, 최근 몇 년간 저금리 자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커졌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낮은 금리 환경에서 실행된 대출 상당수가 변동금리 구조여서, 이후 금리가 오르자 기업들의 이자 부담과 차환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현재 차입 비용이 2021년보다 약 55%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특히 인공지능 관련 산업 재편이 사모 신용 부실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기준 사모 신용 대출의 19%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즉 사스 기업에 몰려 있었는데, 시장에서는 이제 인공지능이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의 보완 수단이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는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기업들의 수익성 전망이 약해지고, 대출 담보로 잡힌 자산 가치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결국 기술 변화가 기업 실적 악화와 담보 약화로 동시에 이어지는 구조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으로는 위험을 충분히 읽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차주 기업이 이자를 현금으로 내지 못할 때 그 이자를 원금에 더해 만기에 한꺼번에 갚도록 하는 피아이케이, 즉 현물지급 방식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당장 연체로 잡히지 않아 표면적인 건전성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부실이 뒤로 미뤄지거나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경영권 인수를 위한 바이아웃 시장 부진, 순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 요구와 조기 상환 압박까지 겹치면, 기업과 펀드의 자금 사정은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연구소는 이런 부실이 단순히 개별 기업 문제에 그치지 않고 펀드 환매 요구 급증, 은행의 추가 담보 요구, 펀드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도 지난 15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사모 신용을 6가지 금융시장 리스크 증폭 경로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중동 전쟁 격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직은 질서 있는 조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점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고, 피아이케이를 통해 연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들이 실제 지급 불이행 상태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고금리가 길어지고 지정학적 충격까지 이어질 경우, 사모 신용 시장의 문제가 비은행권을 넘어 은행권과 실물경제로 확산할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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