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이틀째 오르며 다시 1,480원대로 올라섰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둘러싸고 대치를 이어가자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고, 그 영향이 서울외환시장에도 반영됐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5.0원 오른 1,481.0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주간 거래 기준으로 1,48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7일 1,483.5원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이날 환율은 1,478.0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1,484.5원까지 뛰었지만, 마감 무렵에는 상승 폭을 다소 줄였다.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외교적 긴장이 있다. 앞서 종전 협상이 불발된 뒤 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기한 없이 연장하기로 했음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나포를 동원한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경계심이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 불안은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소폭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04% 오른 98.635를 나타냈다. 엔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여 엔/달러 환율은 0.13% 오른 150.631엔을 기록했다. 원화를 엔화와 비교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7.92원으로,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0.67원 올랐다. 재정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가 많지 않은 통화 사이의 가치를 달러를 매개로 계산한 환율을 말한다.
다만 국내 증시는 외환시장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전날보다 57.88포인트(0.90%) 오른 6,475.81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6,500선을 넘기도 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약 500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 기대가 지정학적 불안을 일부 상쇄한 모습이다. 반면 원화는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약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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