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올려 잡았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1.7%를 기록하면서,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크게 웃도는 흐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정은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평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관별로 보면 상향 폭은 적지 않았다. 제이피모건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3.0%로 높였고, 씨티는 2.2%에서 2.9%로 조정했다. 노무라는 2.3%에서 2.4%로 비교적 소폭 올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했던 1분기 성장 전망치가 0.9%였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 1.7%는 시장과 기관 모두의 예상을 넘어선 셈이다. 1분기 성장률 1.7%는 2020년 3분기 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성장률 상향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투자은행들은 공통적으로 반도체를 축으로 한 수출 확대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가 1분기 성장을 끌어올렸다고 봤다. 다만 경기 전반이 고르게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노무라는 수출 중심의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는 여전히 추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K자형 회복, 즉 수출과 제조업은 강하지만 내수 체감 경기는 상대적으로 더딘 구조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씨티와 제이피모건도 2분기에는 기저효과와 고유가, 중동 지역 긴장 같은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성장 전망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경로를 둘러싼 해석은 더 엇갈렸다. 씨티는 한국은행이 2026년 7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연말 최종 금리가 3.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길어지고 금융 여건과 재정정책도 경기 하방을 받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내년 2분기에서 3분기에는 최종 금리가 3.25%에서 3.50%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제이피모건은 보다 완만한 인상 경로를 제시했다. 올해 4분기인 11월과 내년 4분기인 11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재 금리 수준이 중립적이어서 빠른 속도의 긴축은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무라는 한국은행이 내년 말까지 정책금리를 2.50%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내 경제가 과열됐다고 단정할 신호는 아직 뚜렷하지 않고,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이전보다 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같은 성장 지표를 놓고도 물가 압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수출 호조가 내수로 확산할지에 따라 통화정책 전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 경기의 지속성, 유가와 중동 정세, 민간소비 회복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와 금리 방향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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