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시장에서는 30대가 증여·상속 자금과 금융자산 매각 대금을 적극 활용해 집을 사들이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집값이 높아진 데다 대출 규제까지 이어지면서, 소득만으로는 진입이 어려운 30대 실수요층이 가족 지원과 투자자산 처분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모습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 집계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증여·상속 자금은 모두 2조1천813억원이었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집을 살 때 자금 출처를 적어 내는 서류로, 규제지역에서는 모든 주택이 제출 대상이고 비규제지역에서는 6억원 이상 주택 거래 때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에서는 2020년 10월 27일부터 제출 의무가 적용됐다.
이 가운데 30대가 서울 주택 매수에 쓴 증여·상속 자금은 1조915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이어 40대 5천265억원, 50대 2천299억원, 60대 이상 2천278억원, 20대 1천33억원, 20대 미만 22억원 순이었다. 30대 비중은 2023년 34.8%에서 2024년 40.9%로 올라선 뒤 지난해 43.5%까지 확대됐고, 올해는 1분기만 놓고 보면 50%를 넘어섰다. 서울 주택 구입에 동원된 증여·상속 자금 총액도 2023년 1조7천451억원에서 2024년 3조3천257억원, 지난해 6조5천779억원으로 급증해 연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불과 3개월 만에 지난해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가 투입됐다.
주식·채권·가상화폐 같은 투자자산을 팔아 마련한 주택 매수 자금에서도 30대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30대가 이런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은 7천211억원으로, 40대 5천855억원과 50대 4천640억원을 웃돌았다. 그동안은 자산 축적이 상대적으로 많은 40대가 이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보여왔다. 실제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해마다 40대가 주식·채권 매각 자금 규모에서 가장 앞섰고, 지난해에도 40대가 1조9천151억원, 30대가 1조7천452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2월 10일부터 자금조달계획 신고 항목에 주식·채권 매각 대금뿐 아니라 가상화폐 매각 대금까지 포함되면서, 30대의 실제 자금 동원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서울 집값 상승과 금융 규제를 함께 꼽는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초기 자금 부담이 커졌고, 대출 한도는 규제로 묶여 있어 젊은 실수요자들이 부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거나 보유하던 투자자산을 처분해 매수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 주택 시장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서울 집값 수준과 대출 규제 강도, 그리고 가상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시장의 수익 여건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