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최근 중동발 불안이 다소 진정되며 안정을 찾던 채권시장이 다시 긴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23일 1분기 국내총생산, 즉 GDP 성장률이 발표된 뒤 국고채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고 24일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통화정책 기대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3일 하루에만 9.3bp, 즉 0.093%포인트 뛰어 연 3.458%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보다 물가를 더 강하게 의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충격의 배경에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성장률이 있다. 한국의 2026년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는 직전 분기 대비 1.7%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 0.9%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분기 성장률은 1분기 -0.2%, 2분기 0.7%, 3분기 1.3%로 개선되다가 4분기 다시 -0.2%로 주춤했는데,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이 겹치며 다시 큰 폭의 반등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중동 리스크가 성장의 발목을 크게 잡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시장 인식을 바꿨다.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성장 회복이 곧바로 통화 긴축 가능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하고 동시에 유가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물가 압력까지 커지면,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지고, 반대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 채권시장은 원래 전쟁 충격에 따른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이미 약세를 겪고 있었는데, 지난달 말부터 유가가 다소 진정되고 종전 기대가 살아나면서 회복 조짐을 보였다가 이번 성장률 발표로 다시 약세 압력을 받게 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 주재하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와 수정경제전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이 충돌할 경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한국처럼 유가 충격에 민감한 경제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다음 전망에서 물가 전망치를 얼마나 올릴지, 또 그 상향 조정이 일시적 요인으로 해석될지 아니면 구조적 상방 위험으로 읽힐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이 제한적으로만 높아진다면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기조적인 물가 상승 위험으로 판단되면 하반기 금리 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수출 회복의 지속성과 폭에 대한 확신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정책 당국이 공격적인 긴축보다 최소한의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해외 투자은행의 시각도 비슷하다. JP모건은 이번 성장률 호조가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강하게 자극해 곧바로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봤다. 그러나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력이 남아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이전보다 더 매파적, 즉 긴축 선호적인 태도로 기울 위험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한국의 기준금리 전망을 수정해 2026년 4분기인 11월과 2027년 4분기인 11월에 각각 25bp씩 금리 인상을 반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물가와 성장 중 어느 쪽이 한국은행 정책 판단의 중심에 서느냐에 따라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가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성장 지표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다면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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