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비용항공사들이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자 미 행정부에 25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연료비 비중이 큰 저비용항공사는 운임을 크게 올리기 어려운 구조여서,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곧바로 경영 불안으로 번진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런티어와 아벨로 등 미국 저비용항공사 경영진은 지난 21일 워싱턴DC에서 숀 더피 교통부 장관과 브라이언 베드퍼드 연방항공청 청장을 만나 지원 필요성을 전달했다. 업계는 미·이란 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뛰면서 당초 사업계획이 흔들리고 있다며, 유가 상승으로 새로 생긴 재무 부담만큼 연방정부가 자금을 보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요청은 단순한 유동성 지원을 넘어, 정부가 일정한 회수 장치도 갖는 방식으로 거론된다. 지원이 이뤄질 경우 연방정부는 해당 항공사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신주인수권, 즉 워런트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세금으로 투입한 자금을 나중에 일부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으로, 과거 위기 국면에서 미국 정부가 기업 지원 때 활용했던 전형적인 구조다.
이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스피릿항공 지원 검토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청산 위기에 몰린 스피릿항공에 5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스피릿항공이 좋은 항공기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가가 내려가면 정부가 주식이나 워런트를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항공업계에 총 54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과 세금 감면을 제공한 전례가 있어, 이번 지원 요구도 완전히 낯선 흐름은 아니다.
반면 대형 항공사들은 같은 유가 상승 압박을 상대적으로 다르게 견디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등은 연료비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넘기고 있지만, 이들 역시 유가 상승과 여행 수요 둔화로 올해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 업계 재편 논의도 이어지고 있으나 독과점 우려가 걸림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지난 2월 아메리칸항공과의 합병 방안을 행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지만, 아메리칸항공은 합병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유나이티드항공도 추진 계획을 접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항공업계가 유가, 수요, 경쟁정책 사이에서 생존 전략을 더 치열하게 가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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