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026년 4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 수준으로 묶어두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당장은 중동 정세와 고유가가 일본 경제에 미칠 충격을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교도통신과 NHK,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전날부터 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75% 정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025년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0.5% 정도에서 0.75% 정도로 올린 뒤, 2026년 1월과 3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애초 이번 회의에서도 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는데, 실제 결정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물가와 경기의 방향이 서로 엇갈리는 일본 경제의 복잡한 상황이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하방위험이 크고 물가는 상승위험이 커 현시점에서는 두 흐름의 지속성과 상호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긴박한 중동 정세와 고유가가 소비와 기업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이유로 해석된다. 지난달만 해도 중동 변수의 충격이 일시적이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4월 인상설이 금융시장에 퍼졌지만, 이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동결 전망이 우세해졌다.
다만 일본은행 내부에서 긴축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책위원 9명 가운데 3명이 단기 정책금리를 1.0%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 가운데 1명은 중동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기본적으로는 금리를 더 올려 금융완화 강도를 조정해 나간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도 실질 금리, 즉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금리 수준이 여전히 매우 낮다고 평가하면서 경제·물가·금융 여건에 따라 정책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공개된 경제·물가 정세 전망은 일본은행의 고민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은행은 2026년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1월의 1.9%에서 2.8%로 크게 올렸다. 2027년 전망치도 2.0%에서 2.3%로 상향했고, 처음 제시한 2028년 전망치는 2.0%였다. 반면 실물경기 전망은 낮아졌다. 2026년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1.0%에서 0.5%로 큰 폭 하향 조정됐고, 2027년도 0.8%에서 0.7%로 낮아졌다. 2028년 성장률은 0.8%로 제시됐다.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는데 성장세는 약해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닮은 조짐이 일부 반영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경기 둔화 우려도 함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나프타 등 석유 유래 제품 공급망에 큰 차질이 생겨 기업 생산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환율도 민감하게 움직였다. 금융정책결정회의 직전 달러당 159.5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오후 1시 35분께 158.96엔까지 내려갔다가, 오후 4시 45분에는 다시 159.41엔으로 올라섰다. 일본은행이 이번에는 금리를 묶었지만 추가 인상 기조 자체를 접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일본의 임금·물가 흐름, 엔화 약세가 맞물리며 일본 통화정책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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