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026년 4월 29일 수출 지원을 위한 규제 정비를 마무리하면서, 첨단산업 연구소가 외국산 원재료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통관 부담을 줄여 기업의 실험과 생산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정부는 이번 제도 손질이 연간 1조4천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고쳐진 내용은 관세청의 ‘수출 플러스 전략’에 포함된 규제혁신 과제 12개 관련 고시다. 핵심은 그동안 제조·가공 시설 중심으로 운영되던 보세공장 제도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분야 연구소까지 넓힌 점이다. 보세공장은 수입 물품에 관세를 바로 매기지 않고 일정한 관리 아래 생산이나 가공에 쓸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연구소가 여기에 포함되면 외국 원재료를 수입 통관 절차 없이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특히 중요한 첨단산업 특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이른바 엠아르오(MRO) 분야에서도 규제 완화의 실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은 항공기 부품 반입 절차를 간소화한 뒤 사업 유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잉 B777 여객기가 들어와 화물기 개조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이 분야에서 앞으로 연간 1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5천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 개조 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성격이 강해 부품, 정비, 물류 등 연관 업종까지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꼽힌다.
관세청은 수출과 산업 지원만이 아니라 국내 산업 보호 장치도 함께 강화했다. 이날 발표에는 덤핑 철강의 보세공장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한 관리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덤핑방지관세는 해외 제품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들어와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때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인데, 앞으로는 이를 보세공장 특허 조건에 반영하고 특허 기간도 1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제도를 유연하게 풀어주는 한편, 저가 수입을 통한 시장 왜곡 가능성은 더 엄격하게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수출 현장의 애로를 선제적으로 찾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연구개발, 항공 정비, 철강 보호를 한꺼번에 묶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통관 절차를 줄여 기업 활동을 돕는 규제 완화와, 국내 산업을 지키기 위한 무역 방어 조치가 함께 추진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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