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국내 모험자본 시장의 자금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구주매각 거래를 뒷받침하는 세컨더리 펀드 조성에 나섰다. 투자금을 제때 회수할 통로를 넓혀야 신규 투자와 재투자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산업은행은 30일 ‘회수시장 지원 세컨더리 펀드’ 출자사업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자금 1천200억원을 마중물로 투입해 모두 4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컨더리 펀드는 이미 투자한 비상장 기업 지분이나 기존 투자자의 보유 지분을 다시 사고파는 시장을 지원하는 성격의 펀드로,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자금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 여겨진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중간회수시장 활성화에 있다. 통상 벤처투자나 사모투자는 투자 이후 기업공개나 인수합병 같은 최종 회수 단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가 지분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충분히 열려 있지 않으면 새로운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회수 여건을 개선하면 투자자가 다시 다른 기업에 자금을 넣을 수 있어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가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기반도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직접 출자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모험자본 시장의 위축 분위기도 깔려 있다. 금리 수준과 경기 불확실성, 기업가치 평가 부담이 겹치면서 신규 투자뿐 아니라 회수시장도 전반적으로 둔화한 상황에서, 정책자금을 투입해 거래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미가 크다. 시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자금 공급이 기존 투자자의 유동성 부담을 덜고, 후속 투자 재원 마련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29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뒤 6월 중 위탁운용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실제 운용이 시작되면 벤처·사모투자 시장에서 구주 거래가 얼마나 활발해지는지가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민간 자금의 참여를 넓히고 혁신기업 투자 생태계의 자금 회전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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