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추락, 미국 통화정책 향방에 관심 집중

| 토큰포스트

금값이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중동 정세 불안에도 되레 큰 폭으로 밀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전쟁 자체보다 미국 통화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더 쏠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KRX 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는 1g당 21만7천240원으로, 4월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9일 세운 종가 기준 최고치 26만9천810원과 비교하면 약 20% 떨어진 수치다. 통상 금은 전쟁이나 금융 불안이 커질 때 자금이 몰리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이번에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에도 반짝 반등에 그친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일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을 때도 금값은 22만3천원대로 잠시 올랐을 뿐, 이후에는 방향을 아래로 틀었다.

국제 시세도 비슷한 흐름이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 산하 코멕스에서 거래되는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온스당 4천629.6달러로 마감해 이달 저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시장이 지정학적 충격을 단순히 안전자산 선호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은 것이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어서, 달러 금리가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수록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약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후보자의 정책 방향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워시 후보자는 그동안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 인물로 분류돼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일정 부분 동조하는 듯한 발언도 내놓아 시장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NH투자증권 황병진 FICC리서치부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긴축을 강화하면 수요 위축과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어 워시 후보자가 실제로는 강한 긴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유가가 길어질 경우에는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 회피 수단이자 물가 헤지 자산인 금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금값 반등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워시 체제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양적긴축(QT,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을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병행하면, 유동성 기대를 먼저 반영하는 금 같은 자산의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이 이달 중 종결돼 금값이 기술적으로 반등하더라도, 올해 초 기록한 전고점을 다시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금 시장은 단순한 안전자산 수요보다 유가, 물가, 미국 금리, 유동성 정책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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