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뛰었고, 그 여파로 2026년 5월 4일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5%를 넘어섰다. 장기 국채 금리가 5% 선을 돌파한 것은 시장이 단순한 일시적 불안보다 앞으로의 물가와 재정 부담을 더 크게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자거래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무렵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장보다 0.06%포인트 오른 5.02%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10년 만기 금리는 4.44%, 2년 만기 금리는 3.96%로 각각 0.06%포인트, 0.07%포인트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더 위험하게 보거나, 앞으로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갈 것으로 판단할 때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이번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가 꼽힌다. 미국이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의 이동을 돕는 작전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에 이 지역이 흔들리면 곧바로 국제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밀어 올려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반영해 장기 금리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전쟁 관련 지출이 늘어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작용했다. 장기 국채 금리는 향후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물가와 재정 상황을 반영하는 경향이 강한데, 시장은 최근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예전만큼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미국의 30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기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 안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가계의 대출 이자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가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30년물 금리 5%를 중요한 경계선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화정책 전망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낮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까지 금리가 동결되거나 오를 확률을 96%로 반영했다. 결국 시장은 중동 리스크, 유가 상승, 재정 부담,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한꺼번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정학적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미국 장기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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