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4,527달러 금·73달러 은 동반 사상 최고가… 미·EU 무역갈등에 안전자산 '쏠림'

| 김서린 기자

미·EU 무역 갈등 속 금·은 동반 최고가 경신

5일 국제 금·은 가격이 달러 약세와 안전자산 선호 확대 속에 동시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런던 현물시장에서 금(XAU)은 온스당 4,527.4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직전 고점을 다시 쓰는 흐름을 보였고, 은(XAG)은 온스당 72.97달러까지 올라 금과 함께 기록적 수준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원으로 사실상 달러 표시 가격이 그대로 원화 부담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두 귀금속 모두 단기 급등 이후 고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금과 은의 동반 강세에는 공통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작용하고 있으나, 수급 구조의 차이도 함께 반영되는 양상이다.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가 주로 매입하는 금은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며 지정학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반면 은은 귀금속이면서도 전기·전자, 태양광 등 산업 수요 비중이 커 경기와 제조업 사이클에 영향을 크게 받는 자산으로, 최근 가격 급등에는 안전자산 수요와 함께 향후 산업 수요 기대가 겹쳐진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대표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와 은 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는 이날 구체적 시가·고가·저가·종가 데이터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현물 가격과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투자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GLD와 SLV 가격에는 실물 인도 수요뿐 아니라 파생상품·알고리즘 거래 등 금융시장의 포지션 조정이 함께 반영된다. 최근 현물 금·은 가격의 사상 최고 수준 흐름을 감안할 때, 두 ETF에서도 가격 변동을 통해 안전자산 및 투기적 거래가 혼재된 심리가 드러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정치·지정학 이슈도 가격 형성의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확보를 거론하며 유럽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예고한 발언은 미국·EU 간 무역 갈등 우려를 키우며 달러 인덱스를 끌어내리고, 그 여파로 금·은 선호를 자극한 변수로 함께 거론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휴전 논의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수급과 중동 정세 불확실성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충격과 완화 기대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한때 금값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전쟁 전 수준으로의 복귀가 관찰된 상태이다.

연준 의장 후보 지명과 중국발 투기 자본 이슈는 현물 시장과 ETF 시장을 동시에 흔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상 선호 성향으로 알려진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이후 달러 가치가 강하게 오르며 금·은 가격이 큰 폭으로 밀린 장면이 있었고, 특히 은 가격이 하루 20%를 넘는 급락을 기록하는 등 민감한 반응이 나타났다. 중국 투기성 자금이 금·은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가 실물 수요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가격 조정이 증폭된 점도 ETF를 통한 레버리지·단기 매매가 실물 가격 변동을 키운 사례로 시장에서는 설명되고 있다.

이란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달러 강세는 귀금속 시장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비와 물가를 동시에 자극하는 요인인 만큼, 일부 자금이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된다. 반면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고 달러 가치가 높아질 경우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은의 상대 매력이 줄어드는 만큼, 최근 가격 흐름에는 물가·금리·환율 변수에 대한 해석이 혼재된 움직임이 포착된다.

현재 금·은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와 투기적 거래가 맞물린 가운데 방어적 성격과 단기 쏠림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으로 요약된다. 전쟁과 무역 갈등 같은 지정학 이슈, 연준 의장 인선과 통화정책 방향, 중국발 자금 유입·이탈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방향성 베팅과 동시에 일정 부분 관망 태도를 섞어가며 포지션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실물 수요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금과, 산업·투기 수요 비중이 큰 은의 구조 차이는 가격 조정 국면에서 변동성 격차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금과 은은 금리와 환율, 정치·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분류되며, 단기적으로 이들 요인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중앙은행 정책 논의, 무역 분쟁, 전쟁·휴전 이슈가 수시로 부각되는 환경에서는 현물과 ETF를 막론하고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다양한 거시 변수를 함께 점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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