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과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3월과 4월 두 달 연속 한국은행에서 거액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이 더 걷힐 여지가 있더라도 실제로 국고에 돈이 들어오는 시점과 예산을 집행하는 시점이 어긋나면, 정부가 단기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 차입에 의존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 내역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한은에서 모두 28조2천억원을 차입했다. 1월과 2월에는 빌리지 않았지만, 3월 17조원, 4월 11조2천억원을 각각 조달하면서 두 달 연속 일시 차입이 이뤄졌다. 다만 현재 대출 잔액은 남아 있지 않다. 정부는 3월 차입분 가운데 3조7천억원을 먼저 갚았고, 4월에 추가로 11조2천억원을 빌린 뒤 남아 있던 24조5천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부담한 이자도 적지 않았다. 올해 1~4월 한국은행에 지급한 이자는 총 119억9천만원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4월에만 34억4천만원이 들었다. 대정부 일시 대출은 정부가 세입과 세출의 시간차로 생기는 단기 부족분을 메우는 제도다. 일반 가계로 치면 필요할 때마다 한도를 써서 자금을 메우는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구조다. 따라서 이 제도 이용이 많아졌다는 것은 재정 운용상 현금 흐름의 불일치가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차입은 특히 초과세수가 예상되는 국면과 맞물리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힐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단기 자금 부족을 겪었다는 점에서, 실제 세수 유입 시기와 재정 집행 속도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또는 대규모 재정 집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먼저 돈이 나가고 세금은 나중에 들어오는 구조가 겹치면, 연간 기준으로는 세입 여력이 있더라도 월별 자금 사정은 빠듯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둘러싼 비판도 제기됐다. 박성훈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과 한국은행 차입에 의존한 재정 집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방식이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도 자체는 원래 단기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재정 운영 장치라는 점에서, 차입 사실만으로 곧바로 재정 이상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세수 진도와 추경 집행 속도가 엇갈릴 경우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의 현금 흐름 관리 능력이 재정 신뢰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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