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6년 1분기 성장률이 반등했지만 성장의 동력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투자에 집중돼 있어 경제 전반의 기초 체력은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7일 보고서에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 즉 GDP가 연율 기준 2.0% 성장해 직전 분기 0.5%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를 경기 전반의 고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영주 연구원은 이번 성장세가 폭넓은 산업 확장보다는 인공지능 관련 설비투자 사이클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가 여러 업종이 함께 받쳐주는 구조라기보다, 일부 첨단 산업이 전체 흐름을 끌어가는 모습에 가깝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도 겉으로는 증가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소 불안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1분기 개인 소비는 1.6% 늘었지만, 이는 임금과 같은 지속적인 소득 증가보다 세금 환급이 전년보다 11% 늘어난 영향이 컸고, 부족한 소비 여력을 저축 감소로 메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개인 저축률은 3월 기준 3.6%로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소비가 늘었다고 해도 탄탄한 소득 기반 위에서 이뤄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고금리의 부담도 여전히 미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주택 거래량이 1990년대 중반 수준까지 줄어든 점을 들어, 현재 상황을 단순한 경기 둔화로 보기보다 높은 금리가 특정 산업의 활동을 강하게 제약하는 국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주택 시장은 미국 내수의 중요한 축인데, 이 부문이 위축돼 있다는 것은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하나증권은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가 미국 시장을 볼 때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1분기 GDP 구성만 봐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같은 분야에 기회가 몰려 있다고 짚었다. 동시에 성장 기반이 좁을수록 특정 산업과 자산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쏠릴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시장 변동성과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관련 성장주에만 집중하기보다 에너지나 금 같은 실물자산을 함께 활용하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소수 핵심 산업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투자 판단에서도 성장성뿐 아니라 쏠림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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