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럽 국가들로부터 빌린 부채 69억유로를 다음 달 조기 상환하기로 하면서, 한때 유럽 재정위기의 상징으로 불렸던 그리스의 국가부채 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11일(현지시간) 2010년 유럽 국가들로부터 지원받은 대출금 가운데 69억유로, 우리 돈 약 12조원을 앞당겨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채무 상환을 넘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리스 재무부는 이번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 공공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 즉 GDP 대비 13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스의 재정 여건이 나아진 배경에는 최근 경기 회복세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는 내수 소비와 관광산업이 함께 살아나면서 최근 3년 동안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연 2%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가 커지면 같은 빚을 지고 있어도 GDP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지기 쉬운데, 실제로 그리스의 부채비율은 2025년 145.9%에서 2026년 137% 수준으로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변화는 유럽 내 상대적 위치에서도 드러난다. 그동안 그리스는 유럽에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혀 왔지만, 올해는 이탈리아가 138.6%로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37.1%였던 부채비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탓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재정과 경기 모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스의 이번 조기 상환은 과거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재정 운영 국가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물론 부채비율 130% 안팎도 여전히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차입 비용 관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리스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의 오랜 부담을 점진적으로 덜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유로존 내 국가별 재정 건전성 평가와 국채시장 투자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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