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민간 배드뱅크가 보유해온 장기 연체채권 약 5천억원어치를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의 새도약기금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오래된 연체채권 정리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상록수가 보유한 채권 가운데 매각 대상은 총 8천500억원 중 회생채권 등 이관이 어려운 자산을 뺀 4천93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캠코는 지난달 중순 상록수 측에 매각 협조를 요청했고, 이후 회신 시한을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상록수는 2000년대 초 카드대란 당시 은행과 카드사들이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으로, 장기간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관리해왔다.
그동안 매각 결정이 늦어진 것은 반대가 있어서라기보다 절차와 자료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상록수의 업무수탁자는 산업은행이고 자산관리는 NH투자증권이 맡고 있는데, 지난달 28일 열린 사원총회에서는 출자사들이 구체적인 자산 자료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류 의견을 냈다. 이들 금융회사는 매각 동의를 위해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채권별 현황과 법적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NH투자증권이 최근 전체 매각 대상 자산 목록을 보냈고, 이번 주 안에 보다 구체적인 내역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 연체채권 추심을 두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융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신한카드, 우리카드 등은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가운데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을 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회사는 우선 매각 의사를 공개한 뒤 세부 자료를 추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상록수 지분은 신한카드 30%, 하나은행 10%, IBK기업은행 10%, 우리카드 10%, KB국민은행 5.3%, KB국민카드 4.7% 등 금융회사 6곳이 약 7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유에스컨설팅대부, 카노인베스트먼트, 나이스제삼차 등이 각각 10%씩 들고 있다.
새도약기금은 사실상 상환 능력을 잃은 장기 소액 연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채권을 사들여 조정하거나 정리하는 정책 수단이다. 하지만 상록수 보유 채권은 그동안 이 제도에 편입되지 않아 해당 채무자들이 원금 감면이나 추심 중단 같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매각이 실제로 마무리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오래된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효과가 있고, 채무자 입장에서는 추심 부담을 덜고 채무조정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다른 장기 연체채권 정리 논의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금융권의 부실채권 처리 방식이 단순 회수 중심에서 재기 지원 중심으로 옮겨가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