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기준 폐지와 양방향 트래블룰 도입, VASP 재신고 의무까지 겹치며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입법·집행·국제 규제가 동시에 재편되는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인스티튜셔널 Web3 포럼’에서 법무법인 액시스 김태림 대표변호사는 ‘기관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Web3 규제 &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가상자산 규제가 입법·집행·국제 기준이 동시에 재편되는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한국 규제를 ▲입법의 시계 ▲집행의 시계 ▲국제 기준의 시계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하며 “2026년 8월 20일 진입규제 시행부터 2027년 8월 20일까지 단계적으로 환경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래블룰과 해외 거래 관련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부터는 기존 100만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 기준이 폐지되며 금액과 수량에 관계없이 모든 이전 거래에 정보 제공 의무가 적용된다.
또 기존에는 송신 측 의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신 측 의무도 추가된다. 수신 측은 요청한 정보를 받지 못할 경우 송신 측에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송신 측이 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거래를 거절해야 하는 의무까지 생긴다.
김 변호사는 “FATF, EU,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다양한 의무를 강화하는 가운데 외국 VASP와 개인지갑에 대한 차등 규제도 상세하게 적용된다”며 한국의 외국 VASP·개인지갑 차등 규제는 “일본 모델을 참고했지만 일본보다 훨씬 더 세분화되고 엄격한 형태의 규제를 예정하고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변호사·회계사·세무사에 대한 AML 의무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AML 의무도 향후 입법이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트래블룰 변화에 따른 부담과 관련해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입법 예고된 부분이 확정된다면 운영 중인 트래블룰 솔루션이 강화된 양방향 트래블룰 체계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위험도 분류와 STR 대응까지 가능한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 8월 20일부터 시행되는 진입 규제와 재신고 제도도 핵심 변화로 꼽았다.
그는 “기존 VASP 라이선스 보유사도 재신고를 해야 한다”며 “11월 20일 이후 현재 운용 중인 VASP 라이선스 명단이 그대로 유지될지 중요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입 규제 및 VASP 재신고 요건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부채비율 규율, AML 인력 최소 4명 확보 의무 등이 포함된다.
김 변호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마약류관리법·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법 관련 결격 사유도 추가되는 만큼 “M&A나 투자 유치 시 상대방 또는 관련자의 대주주 결격 사유 여부를 실무적으로 반드시 사전 검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거래소 운영사 역시 기관을 평가해야 한다며 이사회 의결 적법성, 자금 원천 증빙, UBO 확인, EDD 사전 패키지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른 변화도 따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에는 특금법 신고만 마치면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외국환거래법상 기획재정부 등록 의무가 추가됐다”며 “특금법 신고 외에도 자료중계집중교환기관 및 전산망 연결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규정이 들어간 만큼 실제 구현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관 투자자에 “현재 신고된 27개 사업자가 재신고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이용자보호 의무와 KYC 시스템 구축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거래소 이용, 자기보유 지갑 이동, 해외 SPV 거래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집행과 관련해 최근 두나무·업비트·빗썸 관련 판결을 언급, “두나무 판결의 핵심 메시지는 당시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한 구체적 규제가 없었고 규제당국 역시 세부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두나무가 자체적인 나름의 조치를 취한 부분이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는 규제가 없는 영역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이미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이행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단순히 두나무 판결만을 근거로 일반론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두나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인사이트는 규제가 완비되기 전에도 철저한 증빙과 내부 통제를 준비했다는 점”이라며 “기관 역시 향후 규제 방향을 모두 예측하기 어렵더라도 내부통제와 자료보존, 교육·모니터링 체계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한국은 입법·집행·국제화의 시점이 한 번에 모이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라며 “결국 이런 혼돈의 시기에 준비한 사업자들이 이후 안정화 국면에서 기회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티튜셔널 웹3 포럼은 토큰포스트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KORFIN),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OBDIA)가 공동 주최하고, 빗썸·코인원·코빗이 공식 후원한 행사다. 금융기관 및 기관 투자자를 위한 웹3 인베스트먼트 인사이트 공유 및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로, 국내 시중은행·증권사·보험사·핀테크·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 약 100명이 사전 초청 형태로 참석했다.
웹3에 대한 관심과 비전을 가진 국내 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 스테이블코인·커스터디·온체인 금융 인프라 등 제도권 금융과 맞닿은 핵심 의제를 다루며 국내 웹3 산업의 실질적인 흐름과 동력을 만들어가는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