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담과 중동 전쟁 여파로 자금 압박이 커진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을 돕기 위해 운전자금 지원 한도를 3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크게 늘렸다. 현지 생산과 판매 거점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이 원자재 조달과 재고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지난 4월 30일 ‘국제 정세 변동 대응 및 해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해외 현지법인 운전자금 특별지원방안’ 지침 개정을 마쳤다. 이 제도는 지난해 6월 미국의 관세 부과로 해외 법인의 경영 여건이 나빠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제도 시행 이후 넥센타이어의 체코 공장, 경동나비엔의 미국 현지법인 등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 8곳에 모두 2억1천만달러의 운전자금을 지원해왔다.
이번 한도 확대는 현장의 자금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중동 지역 전쟁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확보 비용과 물류 관련 부담이 동시에 커졌고, 그만큼 현지법인의 단기 운영자금 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분석으로는 올해 지원 수요가 3억8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종전 3억달러 한도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유효 계약 2억달러, 예상 신규 수요 4억달러, 예비 한도 2억달러를 반영해 총 지원 규모를 8억달러로 조정했다.
지원 기준도 완화됐다. 원래는 매출액의 30%와 자기자본 2배 가운데 더 적은 금액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었는데, 이 경우 자본금이 적은 판매법인이나 유통법인은 실제 영업 규모에 비해 지원 한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국내 모기업의 지급보증이 있으면 자본금 규모와 관계없이 매출액의 3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한 중소·중견 협력사는 공급망 유지의 중요성을 고려해 매출액의 최대 50%까지 우대 한도를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단순히 미국 관세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국제 정세 불안에 대응하는 체계로 넓히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지침 명칭도 기존 ‘미 관세 대응’에서 ‘국제 정세 변동 대응’으로 바꿨다. 아울러 지난 4월 시행된 국내은행 전용 해외사업금융보험 특별상품 운영지침과 겹치는 우대 규정을 정리해 현장 혼선을 줄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관세 분쟁과 지정학적 충돌이 이어질 경우 해외 생산거점을 둔 우리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더 세분화되고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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