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주요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뛰었고, 그 여파로 인공지능 기술주 중심의 증시 상승세가 금리 부담에 흔들리고 있다.
18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지시간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5%를 넘어섰고, 30년물 금리는 5%를 돌파했다. 장기 국채 금리가 이처럼 높아졌다는 것은 시장이 앞으로도 물가와 자금 조달 비용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뜻에 가깝다. 일본의 30년물 금리도 1999년 발행 이후 처음으로 4%에 도달했고,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스페인·호주에서도 장기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채권시장 불안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로 이어지고, 다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결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가 함께 자극되고,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하게 만든다. 결국 채권 금리는 오르고 주식시장은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지난 16일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7일 기준 이 지수의 향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21.3배로 장기 평균인 16배를 크게 웃돌았다. 미래 실적 기대를 반영해 높은 값을 받아온 기술주일수록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운용업계의 경계심도 뚜렷하다. 블룸버그가 미국·아시아·유럽의 32개 운용사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다수는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 증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인도수에즈 웰스 매니지먼트의 알렉상드르 드라보비치 최고투자책임자는 5% 수준을 증시의 위험 지대로 규정했다. 유럽 자산운용사 카르마냑의 케빈 토제 투자위원은 장기 금리가 인공지능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자본비용과 민간 신용 여건이 맞물리는 지점에 와 있다고 짚었다. 이는 기업의 투자 판단뿐 아니라 가계의 자산 가치와 소비 심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시에프아르에이 리서치의 샘 스토볼 수석 투자전략가도 이런 조합이 소비자와 투자자 심리를 동시에 위축시켜 최근 주가 상승분의 일부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주요7개국 재무장관들이 이번 주 회의에서 채권 매도 흐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것도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당분간은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그리고 미국 장기 금리의 움직임이 인공지능 기술주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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