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국민성장펀드가 국내 금융의 무게중심을 보수적 자산관리에서 미래산업 투자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첨단전략산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신속히 공급하면서, 그동안 담보와 단기 수익성에 치우쳤던 금융 관행을 바꾸려는 정책 의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아이알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펀드가 올해 초 본격 가동된 뒤 4개월 동안 11건을 승인해 모두 8조4천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회수기간이 긴 산업은 민간 자금만으로 충분히 뒷받침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정부는 이런 분야에 정책금융이 먼저 위험을 나눠 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 문턱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민간 금융권과 지역 투자 확대다. 이 위원장은 지원 금액의 절반 이상이 지방으로 향했다며, 지역의 첨단 유망기업에 자금이 닿는 통로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 구조를 완화하고 지방균형발전과 산업 육성을 함께 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세미나에 앞서 산업은행과 비엔케이금융지주, 아이엠금융지주, 제이비금융지주, 수협은행은 지역 성장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정보 교류와 공동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오는 22일 출시되는 국민참여성장펀드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이 상품은 일반 국민이 미래 성장산업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같은 세제 혜택을 담았다.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일부를 우선 부담하는 구조도 넣어 공모펀드 투자자의 위험을 낮추도록 했다. 판매액의 20퍼센트 이상은 서민 전용으로 배정해 참여 대상을 넓혔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책 목표는 성장산업에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지만, 동시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 개인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장치도 병행한 셈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펀드가 민간 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반론도 나왔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첨단전략산업은 시장에만 맡기면 과소투자되기 쉬운 분야라며, 정부가 후순위 투자자(손실을 먼저 부담하는 투자자)로 들어오면 민간이 체감하는 위험이 줄고 정책 지원 신호도 생겨 오히려 민간 자금 유입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책금융이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산업 전환과 지역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성과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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