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내 국고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을 받아 장 초반 상승했지만, 환율이 안정되고 정부가 6월 국고채 발행 물량 축소 방침을 다시 확인하면서 만기별로 방향이 엇갈린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9bp 오른 연 3.760%에 마감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1.2bp 내린 연 4.198%로 마쳤고,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1bp, 1.0bp 상승해 연 3.973%, 연 3.607%를 기록했다. 장기물로 갈수록 하락 폭이 더 두드러졌다. 20년물은 연 4.235%로 2.7bp 내렸고, 3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2.6bp, 2.0bp 하락한 연 4.178%, 연 4.026%로 장을 끝냈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3천231계약 순매수했고, 10년 국채선물은 1만378계약 순매도했다.
장 초반 금리 상승을 이끈 것은 미국 시장이었다. 19일 현지시간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7.4bp 오른 4.1220%, 10년물 금리는 8.0bp 급등한 4.6680%를 나타냈다. 특히 30년물 금리는 5.1970%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장기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금리 상승 압력이 번지기 쉬운데, 한국 국고채도 이런 흐름에 먼저 반응한 셈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 장중 분위기는 점차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 전환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됐고, 이는 채권시장에는 부담 완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7.5원 올라 지난달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0원 내린 1,506.8원을 나타냈다. 여기에 일본 장기 국채 입찰이 양호하게 진행되면서 일본 해당 구간 금리가 급락한 점도 국내 장기채 강세에 힘을 보탰다. 해외 주요 채권시장의 흐름과 환율 변화가 함께 작용하면서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내려간 것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정부의 발행 축소 신호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재료로 해석됐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국무회의 현안 보고에서 국채시장 쏠림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6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서 발행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공급 부담이 완화된다는 뜻이어서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 요인이 된다. 삼성전자 파업 소식과 함께 삼성전자 퇴직연금 자금이 장기 국고채를 매입했다는 전언도 장기물 수요 기대를 키웠다. 삼성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장기 국고채 매입과 다음 달 발행 축소 계획이 함께 영향을 미쳤고, 최근 금리가 상당폭 오른 점도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당분간 미국 장기 금리 움직임과 국내 당국의 수급 관리 신호를 함께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대외 변수만 놓고 보면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환율 안정과 발행 물량 조절, 기관투자가의 장기채 수요가 맞물리면 국내 금리는 만기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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