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가 다음 달 기업공개를 앞두면서 월가 대형 은행들의 대표주관사 경쟁이 사실상 막을 내렸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이번 초대형 상장의 핵심 창구를 맡게 됐다. 기업공개는 상장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은행이 대표주관사 지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수료 수입은 물론 이후 대출·자문·자산관리 사업까지 연결될 수 있어 월가에서는 상징성과 실익이 모두 큰 자리로 여겨진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스페이스엑스 상장을 둘러싸고 최근 몇 달 동안 주요 투자은행들이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스페이스엑스가 공개한 기업공개 투자설명서를 보면 공동주관사 명단의 맨 앞, 이른바 ‘리드 레프트’ 위치에 골드만삭스 이름이 올랐고 바로 옆에 모건스탠리가 배치됐다. 월가에서는 투자설명서 왼쪽 상단 첫 자리에 이름이 들어가면 관행적으로 대표주관사 역할을 맡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상장으로 주관사들이 나눠 가질 수수료는 10억달러, 우리 돈 약 1조5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추산했다.
다만 대표주관사 구도를 두고는 해석이 완전히 하나로 모이지는 않았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모건스탠리도 골드만삭스와 대등한 공동 대표주관사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이름이 먼저 나온 것은 우열이 아니라 알파벳 순서에 따른 배열이라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일론 머스크와 오랜 거래 관계를 이어온 은행으로 알려져 있어, 실무와 네트워크 양쪽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형 기업공개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명단 순서와 별개로 여러 은행이 핵심 업무를 분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경쟁이 특히 치열했던 이유는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단순히 공모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 주관사는 신규 발행 주식을 받아줄 투자자를 모으고, 상장 초기에 주가가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도록 거래를 뒷받침하는 기능을 맡는다. 여기에 상장 이후 기업의 자금 조달, 인수합병 자문, 대출 주선 같은 후속 사업 기회도 따라온다. 또한 상장으로 거액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창업자와 임직원을 자산관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가 머스크에게 연락할 때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의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까지 활용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핵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페이스엑스의 상장 규모 자체도 월가의 경쟁을 과열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750억달러, 약 112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이 성사되면 기업가치는 1조7천500억달러, 약 2천6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손꼽힐 정도의 초대형 거래다. 스페이스엑스는 다음 달 4일 투자자 대상 로드쇼를 시작하고, 이르면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한 건의 기업공개를 넘어, 민간 우주산업이 이제 전통 금융권의 핵심 고객군으로 올라섰다는 신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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