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동결 후 인상 기조 예고... 물가 상승과 경기 호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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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앞으로는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갔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은 신현송 총재 취임 후 처음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나왔다. 금통위는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묶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동결과는 결이 달랐다. 중동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당장 금리를 조정하기보다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의결문에는 향후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여건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사실상 금리 인상 국면 진입을 예고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은행의 태도가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물가와 경기 흐름이 동시에 예상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올라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웃돌았고,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도 2.5% 상승해 1998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을 받은 석유류 가격이 21.9% 뛰었고, 원재료 가격은 28.5% 급등해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5월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보고 있다. 물가가 목표 수준을 넘어서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강해진 것이다.

반대로 성장 여건은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성을 크게 줄였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7%로,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예상했던 0.9%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했고, 이를 반영해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높였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증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가 중동발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견조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쉽게 말해 지금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돈줄을 더 풀기보다는, 과열 조짐이 있는 물가와 자산시장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더 가깝다.

시장 불안 요인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1,44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 등으로 다시 올라 지난 22일 장중 1,520원에 근접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인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1% 상승했다. 3주 연속 상승 폭이 커지면서 연초 수준까지 올라왔다. 금통위가 환율 수준 재상승과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확대를 함께 언급한 것도, 금리 동결이 오래 이어질 경우 금융 불균형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금통위원들의 내부 시각도 이미 인상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날 공개된 7명의 금통위원 점도표를 보면 6개월 뒤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2.50%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21개 점 가운데 2개뿐이었다. 나머지 19개는 모두 인상 전망이었고, 그중 10개는 3.00%, 7개는 2.75%, 2개는 3.25%를 가리켰다. 당연직 위원인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곧바로 연 2.75%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10일 이후 다음 회의인 7월 16일까지 약 1년 동안 연 2.50%로 유지되게 됐지만,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은행이 중동 정세, 국제유가, 환율, 집값, 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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