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발표되는 물가·성장률·국제수지 지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과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가통계기관은 6월 1일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내놓는다. 시장의 관심은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영향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쏠린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가격 변동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번지는 구조다. 이미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고, 이 가운데 석유류 가격은 21.9% 올라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5월 물가에서는 에너지발 상승 압력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월 4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함께 제시될 가능성이 큰 한국 성장률 전망치의 변화도 관심사다. OECD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6년 성장률을 1.7%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였다. 당시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산 에너지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반영됐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이 중동 전쟁의 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업황이 이른바 슈퍼 사이클(호황이 길게 이어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OECD가 이런 변수를 전망에 어떻게 녹여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대외 부문에서는 한국은행이 6월 5일 4월 국제수지를 발표한다. 앞서 3월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373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썼다. 반도체 수출은 한국 경제에서 해외로 물건을 팔아들이는 대표적인 외화 수입원인 만큼, 업황 회복은 성장과 외환 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흐름이 4월에도 이어졌다면 경상수지 흑자는 36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게 된다. 6월 4일 공개되는 5월 말 외환보유액도 함께 주목된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판인데, 4월 말 기준으로는 4천278억8천만달러로 3월 말보다 42억2천만달러 늘었다.
금융당국의 인공지능 대응도 다음 주 일정에 포함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6월 1일 미국 앤스로픽의 자율형 인공지능 모델 ‘미토스’와 같은 고성능 인공지능이 가져올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기술자문단 회의를 연다. 이어 6월 4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 체계를 논의할 ‘보험조사협의회’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킨다. 금융권에서는 인공지능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허위 정보 생성이나 보안 취약성 확대 같은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물가 불안과 수출 회복, 기술 변화에 따른 금융 규제라는 세 갈래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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