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 한국 금융시장 불안 급증

| 토큰포스트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원화 약세가 한국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들어 6월 5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90.9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1분기 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의 최고치다. 환율은 6일 오전 2시 마감한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61.5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6일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항 환전 창구에서 적용되는 달러 현찰 매입 환율은 이미 1,600원을 넘어, 하나은행 공항 영업점 기준 6일 1,624.00원까지 올라섰다.

최근 환율 급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꼽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18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5월에만 44조원 이상을 팔았다. 6월에도 4거래일 동안 18조원 넘는 순매도가 이어졌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면 자금을 본국으로 옮기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커지는데, 이 과정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와 5월 고용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달러 자체가 강세를 보인 점도 원화 약세를 더 키웠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2개월 만에 100선을 넘은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원화 약세는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3.48% 떨어져 러시아에 이어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일본 엔화, 중국 역외 위안, 대만 달러 같은 아시아 주요 통화는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루피아, 칠레 페소, 태국 바트 등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도 하락 폭이 컸다. 시장에서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 즉 엔디에프 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환율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본다. 엔디에프는 실제 달러와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점의 환율 차이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라서, 거래 규모가 얇을 때 가격이 크게 움직이기 쉽다. 서울 시장이 쉬는 날인 지난 3일 뉴욕 엔디에프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이 1,530원대로 치솟았고, 이 흐름이 다음 날 국내 현물환 시장 개장 직후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여러 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상승 심리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국은 지난 5월 22일과 6월 4일 잇따라 과도한 쏠림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환율은 고점을 계속 높였다. 다만 무리한 실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론도 있다. 최근 일본이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도 엔화 약세를 근본적으로 돌리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서민 생활비와 기업 원가 부담을 동시에 키운다는 점이다. 실제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은 3월 20.4%, 4월 20.2%로 올라, 2022년 9월 이후 3년 반 만에 다시 20%대를 기록했다. 중동발 고유가가 겹치면 이런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앞으로의 흐름을 두고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환율이 1,590원대 안팎까지 더 오를 수 있고, 하반기에도 1,470원에서 1,600원 사이의 높은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 유동성 여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같은 기초 여건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1,400원대로 점진적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향후 환율 방향은 외국인 자금 흐름, 미국 통화정책, 중동 정세, 그리고 당국 대응 강도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