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글로벌 저금리 조달통화 시장에서 일본 엔화의 빈자리를 파고들며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는 사이 중국 역내에서 위안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판다본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외국 정부와 글로벌 금융회사, 다국적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
판다본드는 해외 발행자가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내놓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최근 이 시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사이의 금리 차다. 무디스에 따르면 외국 은행이 판다본드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리는 1.7∼2.2% 수준이지만, 달러 시장에서는 4.5∼5.5%를 부담해야 한다.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2∼3%포인트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가 이를 두고 “과거 엔화와 비슷한, 값싼 조달 통화”라고 평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 발행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무디스 등의 집계를 보면 올해 6월 둘째 주까지 판다본드 발행액은 1천371억위안, 우리 돈 약 30조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4% 증가했다. 5월 한 달 발행액만 266억4천만위안, 약 5조9천억원으로 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발행 주체도 넓어졌다.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같은 외국 정부를 비롯해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금융기관, 폭스바겐과 헨켈 같은 다국적 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CNBC는 17일 현지시간 이런 흐름이 연준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의 정책 조정도 있다. 과거에는 중국 안에서 위안화를 조달해도 자금을 국외로 옮기기 쉽지 않아,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에만 판다본드의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은 자본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판궁성 총재는 18일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중국 채권을 담보로 위안화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조치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위안화 국제화, 즉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유라시아 그룹의 댄 왕 중국 디렉터는 월가 은행들이 국제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위안화 차입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도 이런 흐름은 새로운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한국 금융기관은 이미 판다본드를 발행한 경험이 있고, 중국 현지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은 달러 조달 비용이 더 높아질수록 위안화 조달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즉 에프오엠시 결과가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미·중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금리 차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또 중국 규제당국이 예고 없이 정책 방향을 바꿀 경우에는 판다본드의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위안화의 국제 금융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지속성은 금리 환경과 중국의 정책 신뢰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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