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연 14.50%에서 14.2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신중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다시 확인됐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가 21.00%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뒤 인하 국면으로 돌아선 이후 9회 연속으로 이뤄진 조정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대외 제재, 루블화 변동성, 재정 지출 확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통화정책 운용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리를 내리더라도 물가가 다시 자극될 가능성이 커, 중앙은행이 매번 작은 폭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연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상승세가 진정되는 흐름이 보이지만, 중앙은행이 보기에 중기적인 물가 압력은 아직 충분히 꺾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준금리는 시중 대출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 가계 소비 여건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핵심 수단인데, 이를 너무 빨리 낮추면 인플레이션을 다시 키울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금리가 더 큰 폭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 다수는 기준금리가 14.0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인하 폭은 그보다 작았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경기 부양보다 물가와 재정 불안을 더 무겁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중앙은행도 앞으로 열릴 회의에서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적자 상황에 따라서는 기본 전망보다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배경에는 전쟁 경제의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시기에 산유국인 러시아의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막대한 자금이 계속 투입되면서 재정적자 폭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출로 돈이 들어와도 군사비와 재정지출 확대가 이를 상쇄하면 통화와 물가 안정은 더 어려워진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이어가더라도 속도는 제한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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