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업계 전체 순이익이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주식시장 강세에 힘입어 수수료 수익이 늘고 비용 부담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이 22일 공개한 ‘2026년 1분기 자산운용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천6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천461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늘었고, 직전 분기인 7천668억원보다도 91.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조3천52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4.0%, 작년 동기보다 232.5% 급증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은 31.0%로 전 분기보다 13.9%포인트 상승했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증시 반등이 있었다.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펀드 판매와 운용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받는 수수료가 함께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1분기 수수료 수익은 1조8천93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9.5% 증가했다. 이 가운데 펀드 관련 수수료는 1조4천614억원으로 3.5%, 일임자문수수료는 4천316억원으로 36.4% 늘었다. 운용사가 보유하거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증권투자손익도 3천19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7% 증가했다. 반면 판매비와 관리비를 뜻하는 판관비는 9천118억원으로 22.1% 줄어, 수익 증가와 비용 절감이 동시에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운용자산 규모도 커졌다. 1분기 전체 운용자산은 2천355조7천억원으로, 공모펀드 중심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7.6%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맡긴 펀드 자금인 펀드수탁고는 1천490조3천억원으로 8.7% 늘었고, 고객 자산을 대신 굴려주는 투자일임평가액은 865조4천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이는 시장이 회복될 때 투자자 자금이 비교적 빠르게 금융상품으로 유입되는 최근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상장지수펀드, 즉 ETF(특정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 같은 상품이 시장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전체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모든 운용사가 함께 웃은 것은 아니다. 전체 511개사 가운데 적자를 낸 회사 비율은 37.6%로, 전 분기 32.3%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공모운용사 77개사의 적자회사 비율은 15.6%로 7.8%포인트 상승했고, 사모운용사 434개사는 41.5%로 4.7%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일부 대체투자 운용사의 실적이 나빠진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자산운용업 안에서도 주식형 상품과 ETF에 강한 대형사는 수혜를 보고, 부동산·대체투자 비중이 큰 곳은 어려움을 겪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적자회사 비율이 높아진 점을 두고 업계 내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펀드시장이 ETF 위주로 재편되면서 일부 대형 운용사로 자금이 쏠리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최근 반도체 기업 주식이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처럼 특정 자산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과 운용사 건전성 상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감독과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대형사 중심의 시장 재편과 상품 쏠림 현상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어, 실적 개선과 별개로 업계의 체력 차이를 줄이기 위한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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