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이달 말 파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사와 노조가 정부와 채권단을 향해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유통 대기업의 법정 관리가 실제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직원과 납품업체, 입점 상인까지 피해가 한꺼번에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의 자금난을 넘어 고용과 지역 상권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2025년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매장 축소와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 등 자구책을 추진했지만 운영자금이 바닥나면서 가장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회생절차는 법원이 기업 청산 대신 정상화를 목표로 채무 조정과 자산 재편을 관리하는 제도인데, 이 과정에서는 급한 임금 지급이나 상품대금 결제, 구조조정 비용을 감당할 현금 확보가 핵심이다. 홈플러스는 이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엔에스쇼핑에 매각했지만, 회생계획안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별도로 2천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이 자금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댈 것이냐에 모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천억원 규모의 디아이피 대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디아이피 대출은 회생절차 중인 기업에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으로, 기존 채권보다 우선 변제받는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아 기업 회생의 성패를 가르는 수단으로 꼽힌다. 홈플러스와 노조는 대주주인 엠비케이 파트너스가 1천억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이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6월 30일까지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메리츠가 담보신탁으로 확보한 64개 매장을 바탕으로 파산 시 1조8천억원 이상을 우선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메리츠 측 설명은 다르다. 메리츠금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1천억원은 이미 에스크로 계좌에 넣어둔 상태라며, 집행 조건은 엠비케이뿐 아니라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에스크로는 일정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자금을 제3의 계좌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메리츠는 자산 규모가 큰 김 회장이 왜 1천억원 보증을 하지 못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엠비케이 측은 회사가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만큼 개인 보증은 불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1천억원 집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보증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실제 자금 투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원도 시간표를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23일 홈플러스 관련 채권단과 노조에 6월 30일까지 2천억원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회생절차가 더 이상 선언적 계획만으로 유지되기 어렵고, 현금 조달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읽힌다. 노조 측은 정부와 관계 기관이 메리츠금융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소통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역시 회생법원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채권단과 대주주가 손실 분담 원칙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그리고 법원이 회생 지속과 청산 가능성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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