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8년 만에 1,500원대를 기록하며 고환율 지속 가능성

| 토큰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2분기 평균 1,500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시장의 새로운 기준선처럼 굳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00.1원으로 집계됐다. 주 초반에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2026년 2분기 평균도 1,500원을 웃돌 전망이다.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대에 올라선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1,596.8원 이후 28년 3개월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평균 1,418.3원보다도 높고, 최근 분기들과 비교해도 40~50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체감 환율은 더 높다.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환전 환율은 6월 27일 오후 1,600.1원까지 올라섰다.

이번 원화 약세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꼽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6월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36조7천84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6월 한 달에만 37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이는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전망과 비교해도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천500억달러로 예상했는데,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상반기에만 약 890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는 달러 유입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르면 환율 하락 압력이 상쇄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도 함께 불어났고, 이에 따라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 수요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외국인은 순매도를 이어갔는데도 유가증권시장 지분율이 지난해 말 36.28%에서 6월 26일 41.42%로 높아졌다. 그만큼 외국인이 많이 들고 있는 대형주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순매도 여력이 100조~15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3개월가량 매달 30조~40조원 수준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대외 여건도 원화에 불리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6월 24일 장중 101.798까지 올라 지난해 5월 12일 이후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25일 발표된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은 4.1%로 높게 나왔고, 앞으로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가 계속 강하면 미국의 긴축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엔화 약세도 원화에 부담이다. 원화는 엔화와 함께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엔/달러 환율은 6월 25일 장중 161.939엔까지 올라 2024년 7월 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이 6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약 1% 수준으로 조정했지만, 엔화 약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음 달부터 바뀌는 외환시장 제도도 관심사다. 7월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는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확대된다.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였던 거래 시간이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넓어지고,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면 공휴일에도 거래가 이뤄진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거래 공백을 줄이고, 수출입 기업과 국내외 투자자의 환전 편의를 높이며, 거래 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추진해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거래 시간 연장이 환율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 상장에 따라 달러 유입이 늘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반대로 국내 주식을 팔고 미국 상장 주식으로 갈아타는 자금이 생기면 달러 유출이 커질 수 있어 효과는 엇갈릴 수 있다. 결국 당분간은 외국인 자금 흐름과 미국 통화정책, 달러 강세 여부가 원화 가치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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