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가 엔화 급락과 맞물리면서 1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선에 근접했고, 주간 거래 종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5.5원 오른 1,554.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 1,549.4원으로 2009년 3월 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다시 고점을 높인 것이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5일 1,568원 이후 가장 높다. 환율은 1,549.8원에 출발한 뒤 개장 직후 잠시 밀렸지만 곧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오전 10시 18분에는 1,559.2원까지 오르며 1,560원선을 눈앞에 뒀다.
환율이 이렇게 뛴 가장 큰 배경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이어진 데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 기대가 남아 있을 때 달러 선호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일본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화도 함께 약세 압력을 받았다. 원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날 엔·달러 환율은 낮 12시 36분께 162.837엔까지 오르며 163엔선에 바짝 다가섰다.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도 162.701엔을 기록했다. 일본 외환 당국이 말로 경고하는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 흐름을 단숨에 되돌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장중 환율이 한때 상승폭을 줄인 것은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과 외환 당국 개입 경계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은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데, 이를 외환시장에서는 네고 물량이라고 부른다. 환율이 높다고 판단되면 이런 매도 물량이 늘어 상승 속도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실제로 환율은 오후 들어 1,55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마감을 앞두고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101.32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달러 강세 분위기는 여전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반기 말에 집중됐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즉 자산 비중 재조정이 끝나면 환율 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순매도가 계속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7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앞서 6월 29일에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7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자금을 본국으로 보내기 위한 달러 수요, 이른바 역송금 실수요가 환율을 더 끌어올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5.63원으로 전날보다 0.68원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미국 통화정책 전망, 일본 엔화 방어 강도,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엔화 약세가 진정되지 않고 외국인 주식 매도까지 계속되면 원·달러 환율은 높은 수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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